코딩 몰라도 돼!…'노 코드' 시대 열린다

입력 2022-07-11 15:07   수정 2022-07-12 13:32

“지역별 고객들 구매량과 접속 횟수를 보여줘.”

이렇게 컴퓨터 화면에 글을 입력했더니 프로그래밍 언어가 생성되고, 이내 고객들 사진과 함께 관련 데이터가 화면에 떠오른다. 온라인 거래 서비스를 막 시작하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스타트업들엔 꿈 같은 일이다. 코딩을 몰라도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노 코드(no code) 플랫폼’의 대두는 코로나19를 지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과 함께 찾아왔다. 2025년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을 두고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업체들과 국내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코딩 몰라도 ‘뚝딱’
컴퓨터는 금속 덩어리다. 발전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 1과 0으로 된 명령어만 인식할 뿐이다. 1940년대 현대식 정보처리장치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컴퓨터의 역사는 곧 인간과 기계의 언어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었다. 2진법 기반 기계어를 몇 가지 단어로 바꿔낸 ‘어셈블리어’ ‘C언어’ ‘JAVA’ 등 짜임새 있는 문법과 논리 구조를 갖춘 ‘고수준(High level) 언어’가 차례로 등장한 것은 모두 컴퓨터에 쉽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노 코드 개념은 2010년대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부터 금융권, 스타트업까지 정보기술(IT)을 중심에 놓으며 개발자들을 뽑던 시기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맞이한 이후에는 개발자 수요와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국내에서도 주로 개발 인력이 부족한 업체들이 주목했던 노 코드 플랫폼은 이제 LG전자·부산은행 등 규모가 큰 곳까지 도입됐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20년 132억달러(약 17조원)이던 노 코드·로 코드(low code) 플랫폼 시장 규모는 2025년 455억달러(약 59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구글·MS도 눈독
노 코드 플랫폼은 시시각각 쏟아지고 있다. 개발하고자 하는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사용 툴이 다르지만, 인기를 누리는 것만도 10가지가 넘는다. 이 중 주목받는 ‘앱시트’는 구글이 2020년 인수한 플랫폼이다.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 등 표 형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앱을 생성해 준다. 복잡한 코딩 문법은 몰라도 된다. MS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노 코드 솔루션을 강조했다. 지난해 자사 개발자 대회 ‘빌드 2021’에서 “사람들이 코딩을 거의 하지 않아도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지난해 오픈AI사의 초거대 인공지능(AI) 언어모델 ‘GPT-3’를 자사 플랫폼 ‘파워앱스’에 적용했다. 사람들이 말하고 쓰는 자연어를 AI가 직접 코드로 변환해 컴퓨터에 입력시켜주는 원리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LG CNS 등이 도입에 나서고 있다.
○“단순 보조 역할” 평가도
노 코드 플랫폼은 언뜻 제각각처럼 보인다. 채팅 형태부터 퍼즐 맞추기 모양 플랫폼까지 다양하다. 다만 입력받을 데이터들의 형태(타입)를 정해주고, 명령 수행 구조를 사용자가 직접 정의해야 한다는 점은 대부분이 동일하다. LG CNS의 ‘데브온 NCD’ 플랫폼은 ‘플로 차트’라는 개념을 쓴다. 시스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개도를 그리게 한다. 플랫폼들이 저마다의 형태로 인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유정수 전주교육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결국 개발의 핵심은 데이터를 배치하는 모델링 능력과 알고리즘 구성력에 달려 있다”며 “AI가 발달하고 있지만 인간을 모두 대체하려면 20년은 더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노 코드 플랫폼은 당분간 인력 규모가 영세한 스타트업에서 사람의 손을 덜어주는 형태로 개발자와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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