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 "'우영우' 작가, 전 가족법 전문 변호사 아닌지 의심"

입력 2022-07-12 11:26   수정 2022-07-12 11:27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에 실제 장애를 가진 시청자는 물론 현직 법조인도 호평하고 나섰다.

넷플릭스 대한민국 차트 1위에 등극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본 현직 변호사는 지난 8일 "민법상 관련 조문이랑 법리 녹여내는 거 보고 작가가 전직 가족법 변호사였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며 시청 소감을 남겼다.

자신을 로펌에서 근무 중인 변호사라 소개한 A 씨는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같이 일하는 변호사가 이 드라마 재밌다고 해서 퇴근하고 하루 한 편씩 보려다가 재밌어서 밤새 다 봤다"며 운을 뗐다.

A 씨는 "일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민사사건에서 '너 고소할 거야, 법정에서 보자'라고 하는데 우영우가 민사사건은 고소·고발이 아닌 '소를 제기한다'고 해야 한다고 정정하는 거 보고 웃음이 터졌다"면서 "간만에 제대로 된 법정물이 나왔다"고 평했다.

이어 "4회차에서 청구취지 추가하면서 주위적 청구 어쩌고 하면서 쓰던 법률용어들도 상황에 맞게 정확하게 쓰는 거 보고 '대본 제대로네' 싶었다"면서 "법리구성이 가장 작가가 전직 가족법 전문 변호사가 아닌가 의심한 부분이다"라고 짚었다.

A 씨 설명에 따르면 가족법이랑 일반적으로 민법에서 친족, 상속법을 묶은 걸 말한다. 근로기준법 같은 특별법처럼 친족법이니 상속법이니 이런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 민법 안에 친족, 상속에 대한 법률들이 있다. 문제는 가족법이 실무상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이다. 별의별 케이스가 많고 하급심이나 대법원 판례를 읽다 보면 다양한 사례가 진짜 많다고.

A 씨는 "같은 사실관계인데도 예전에는 원고 패소였던 게 지금은 승소가 될 수도 있다"면서 "국내서 내로라하는 가족법학자들이나 판사들도 같은 사례에서 다르게 판결하거나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영역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1회차 할머니에게 민법 1004조를 끌고와서 무죄 주장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 보고 놀랐다"면서 "솔직히 나였다면 형사사건이기도 하고 검사가 저렇게 불구속기소로 해주는데 빨리 끝낼 생각만 하지 민법 제1004조 때문에 무죄 주장할 생각은 1도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회에서 이미 세팅이 다 끝난 상속 문제를 민법 제110조에 동법 제556조 얹어서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로서 추가하고 이걸 변론 시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른 입증책임 분배를 이용해 상대방 변호사 엿먹이는 장면에서 솔직히 감탄했다"면서 "2~3회차에서도 법리적으로 허점이 없다. 일반인도 알기 쉽지만 정교한 법리 구성하는 거 보면서 작가 내공이 장난 아니다 싶었다"고 호평했다.

다만 드라마 속 설정이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자폐를 가진 변호사라는 설정은 둘째치고 로펌엔 잘생긴 변호사와 직원은 거의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시니어나 파트너급이 저렇게까지 어쏘 챙기려 하는 설정도 비현실적이다"라며 "송무팀 직원이 법정에 따라가거나 변호사랑 붙어 다니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우영우' 작가는 자폐 소녀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나가는 법정 영화 '증인'의 시나리오를 쓴 바 있다.

'우영우'는 그동안 극 중에서 자폐 장애를 가진 캐릭터들이 대부분 의사소통이 어렵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남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던 데 반해 창의적인 발상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과 사회성 상호작용의 문제, 제한된 관심, 행동,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증상의 종류와 범위, 기능이 다양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사람부터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이나 시지각 능력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영우'에는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자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일반인들과 유연한 사고로 자폐인을 대하기 시작하는 일부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시청자들은 '우영우'를 통해 자폐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대하는 법을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자폐를 가진 해외 시청자 B 씨는 어린 우영우가 정지된 상태에서 왼쪽·오른쪽으로 몸을 흔들거나 깡충깡충 뛰는 것에 대해 "매우 정확하다. 저도 이렇게 행동한다"면서 "방송에서 이런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라고 평했다.

B 씨는 상사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카운트다운 3을 세는 묘사에 대해 "이것도 정도는 다르지만 일반 자폐증의 특성이다. 자폐증이 이에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사실상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된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 읊는 반향어에 대해서는 "이는 보통 드라마에서 짜증 나고 나쁘고 사악하고 무례한 것으로 묘사됐는데 '우영우'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 좋았다"면서 "법정 장면에서 우영우가 판사의 말을 되풀이하는 걸 코믹하게 표현했다. 아마 다른 드라마였다면 판사가 그녀를 질책하고 법원을 원숭이 쇼로 만들었다며 나가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B 씨는 "일부 자폐증의 경우 접촉 감도가 매우 민감할 수 있다. 피부접촉을 할 때 사전에 이를 알리지 않으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감각 정전, 에너지 소모를 유발할 수도 있다"면서 "일부 자폐증의 경우 박테리아나 세균에 민감하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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