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없던 대통령 "지지율? 완전히 포기해버렸다" [대통령 연설 읽기]

입력 2022-07-23 09:01   수정 2022-07-23 09:09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묻는 기자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보름 전 같은 질문에 “지지율은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한 것과 사뭇 온도 차가 있다.

지지율은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을 좌우하는 민감한 지표다. 통상 40%는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역대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크게 휘청일 때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연연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

지지율 하락은 민심에 귀 기울이라는 경고다. 새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개혁은 ‘독단과 아집’으로 여겨질 수 있다.


80→6% … “따가운 채찍질”이라던 김영삼

직선제 첫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29%라는 역대 최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첫해인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50%까지 반짝 상승했지만 1990년 민자당 창당 이후엔 2년여 동안 20%를 밑돌았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1990년) 5월 주한 일본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한국인은 급한 면이 있다. 더울 땐 금방 덥고, 식을 땐 금방 식는다”며 “당내 파벌 다툼이 일어나니까 지지도가 떨어졌지만 조금 있으면 올라갈 것이니 큰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초반 지지율이 80%까지 치솟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3년 차였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했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 지역 보수층까지 이탈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김 전 대통령은 그해 10월 영남일보 창간 50주년 특별회견에서 “정부·여당에 좀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따가운 채찍질을 한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임기 말에는 외환위기 직격탄으로 김 전 대통령은 한 자릿수 지지율(6%)로 임기를 마쳐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첫 분기 지지율 71%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1999년 ‘옷 로비 사건’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뒤 12월 대통령 당선 2주년 KBS 특별대담에서 “내 지지도보다 생각하지도 않은 일들로 자꾸 국민들을 걱정시키는 것을 보면 한탄이 절로 나오고, 이것이 무슨 팔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탄핵정국을 맞으며 ‘조기 레임덕’에 휘말렸지만, 야당의 탄핵안 강행이 되레 반대 여론을 결집하면서 지지율은 다시 60%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반짝 반등’ 이후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20%대 후반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5년 5월 경제인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지지율이야 떨어질 때도 있고 오를 때도 있는 것 아니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던 노 전 대통령은 2년 뒤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들 평가는 잘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올해는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체념했다.
MB 위로한 김윤옥 “입덧기간이라 생각”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숫자만 놓고 보면 가장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급전직하했고, 5년 평균도 35%대에 그쳤다. 임기 초부터 낮은 지지율에 속앓이하던 이 전 대통령이 안타까웠던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08년 9월 청와대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한 생명이 나오는 데도 10개월이 걸린다. 대통령께도 ‘입덧하는 기간이다 생각하시라’고 했다”는 발언을 전했다. 이후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며 자신감을 되찾은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싱가포르 동포 기업인 간담회에서 “임기 중 인기를 끌고 민심을 얻는데 관심 없다”는 ‘단골 멘트’를 내놓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수 기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임기 초 내각 인선 과정에서 호된 비판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흔들렸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전 대표 시절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며 “지지율 때문에 이상한 행동을 하고 그런 정치는 안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2015년 1월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자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여론을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때 60%대를 넘으며 고공행진하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정국을 맞은 직후 4%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종전 최저치였던 김영삼 정부 5년차 4분기의 6% 지지율을 경신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첫 분기 지지율 81%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았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차기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고조에 달했던 영향이 컸다. 문 전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여 왔지만, 2018년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하자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임기 말까지 40%가 넘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면서는 “국민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문정부의 5년 평균 국정 지지율은 51%였다.

서희연 기자 cu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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