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론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지지는 압도적으로 높으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에 삼성전자 등 민간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한 한편 어려운 시기에 뇌물·횡령 등 혐의로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용인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재용 사면 6~7대 3 '지지 우세'인데
이명박 사면 지지 우세인 여론조사 '0'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즉답은 피하고 있으나 22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미래 지향적으로 가면서도 현재 국민들의 정서까지 신중하게 감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해온 만큼 사면 단행은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이명박 사면 지지 우세인 여론조사 '0'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부정평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반전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 위기에 이 부회장의 사면이 민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복권이 언급되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선 대체로 6~7 대 3 비율로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 20일 알앤써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해 묻자 응답자 68%가 찬성이라고 답해 반대 28.4%보다 2배를 웃돌았다. 이주 데일리안 조사에선 64.4% 대 27%, 미디어토마토에선 65% 대 29.8%로 이 부회장 찬성 여론이 앞섰다.
하지만 사면이 거론되는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사면에 대한 지지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선 6대 3 비율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부정 여론이 2배 더 높았다. 6월까지만 해도 한국갤럽 등에서는 5대 4 비율로 부정 여론이 소폭 높은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부정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미디어토마토와 KSOI 여론조사 모두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가 찬성의 2배가량 높다. 이들 연령층은 모두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철회하고 있는 계층이다.
특히 KSOI가 4월에 실시했던 종전 조사와 최근 조사를 비교해보면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 여론이 어떻게 악화하고 있는지 확인된다. 연령별로 대체로 부정 여론이 지난 3개월간 소폭 오르는 동안, 50대의 부정 여론이 크게 늘었다. 또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도 최근 부정 여론이 우세하는 등 변화가 있었고, 직업별로도 농/임/어업과 학생을 제외하면 모두 반대표가 더 많아진 모양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은 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복권이 타당해 보이나 지지율 반등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여론을 봤을 때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을 당장 사면해야 할 급한 이유가 보이질 않는다"면서 "이미 이 전 대통령은 일시 석방 사태로 감옥에서 나온 상태인데다 형집행정지 연장을 논의해볼 수도 있고, 성탄절 사면 등 추후 사면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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