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모두 공유될 것"…텐센트 '이사사' 등재에 복잡한 속내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입력 2022-07-24 10:00   수정 2022-07-24 16:33


"(중국에서) 5년 넘게 딱 4개 게임만 통과됐는데…"

세계 최대 게임사 중 하나로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텅쉰) 국내 지사가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이사사로 등재됐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한한령'이 본격화된 2017년 3월 이후 중국에서 외자 판호를 발급받아 직접 게임을 서비스한 한국 게임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한국의 경우 최근 5년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컴투스)'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핸드메이드게임즈)' '검은사막 모바일(펄어비스)' '카운터사이드(스튜디오비사이드)' 등 겨우 4개 게임만 중국에 수출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유럽, 일본의 게임사가 수 백개의 외자 판호를 받고 게임을 출시한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사드 사태 이전에는 달랐습니다. 한국은 2년간(2014~2016년) 48개의 게임을 수출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8일 중국 텐센트의 한국법인 텐센트코리아가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로 정식 등록을 마쳤습니다. 중국 게임회사가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정식 회원사로 등록한 사례는 텐센트가 처음입니다. 회원사 등록과 동시에 '이사' 회원사 등급을 받은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는 총 76개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 등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습니다. 회원사는 △부회장사 △이사사 △일반사로 나눠지는데, 이사사에 가입한 텐센트는 앞으로 6개월마다 이사회를 개최하고 연간 협회 예·결산 승인과 임원 선임, 주요 정책 승인 등에 참여할 전망입니다. 텐센트 측은 "국내 게임 산업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속내가 복잡한 모양입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텐센트를 게임산업협회 이사사로 가입시킨 데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모든 정보가 중국에 공유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중국이 한국 게임에 판호를 잘 내주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위 회장은 "엄연한 불공정 무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텐센트 '어닝쇼크' 충격…골드만삭스, 투자의견 하향 조정
텐센트는 전 세계 시가총액 12위(22일 기준·약 538조원) 기업으로, 국내 시총 1위 삼성(약 419조원)보다도 7계단 높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 초 대형 게임개발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기 전까지 게임사 기준으로 한동안 '세계 1위' 왕좌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텐센트의 행보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업계는 최근 텐센트가 중국 정부로부터 두드려 맞자 한국 등 해외시장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사의 중국 시장 진출 길이 막힌 상황에서 이처럼 '역공'에 나서자 국내 게임업체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텐센트는 중국 현지에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에는 2004년 홍콩 증시 상장 이래 18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분기 순이익은 234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고, 매출은 1355억위안으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자 최근 텐센트는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텐센트의 실적 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중국 정부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규제가 겹친 게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가을부터 텐센트를 비롯해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대형 IT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이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정부 당국을 비판하는 등 영향력이 커지자 '괘씸죄'로 반독점 조사와 콘텐츠 검열 등에 나선 것인데요. 중국 정부가 잇따라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 앱 업데이트 제한, 앱 출시 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재를 가하면서 텐센트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텐센트 주가는 2021년 2월11일 주당 757홍콩달러(약 12만7000원) 고점을 찍은뒤 현재 주당 335홍콩달러(22일 기준·약5만6000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난 상태입니다. 텐센트의 최대주주인 네덜란드 투자회사 프로수스도 지분을 수 차례 매각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 실적 발표 직후 텐센트의 목표주가를 기존 480홍콩달러에서 450홍콩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12일 텐센트의 투자의견을 제일 높은 '확신매수'에서 '매수'로 조정하고 목표가를 559홍콩달러에서 503홍콩달러로 낮췄습니다.

'꿩먹고 알먹고'…카카오·넥슨·크래프톤 등 지분 투자 속내는
자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텐센트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이미 굵직굵직한 국내 IT 기업들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대표 IT기업 카카오(4대주주·지분율 5.91%)를 비롯해 넷마블(3대주주·지분율 17.52%), 크래프톤(2대주주·지분율 13.53%) 등 주요 기업 대주주로 올라와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라인게임즈에도 500억원을 투자한 바 있습니다.

2011년 국내애 처음 진출한 텐센트는 '백야극광', '콜 오브 듀티 모바일' 등을 선보였으며 지난 6월에는 신작 '천애명월도M'를 출시했습니다. 중국 내 게임 규제 강화로 실적 타격을 입자 해외 판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텐센트의 중국 내 매출은 1% 증가에 그쳤지만, 해외 게임 매출은 34% 크게 늘어났습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상승폭은 해외 시장이 더 높았습니다.


그간 한국 게임 노하우를 흡수하며 성장해온 중국 게임사들이라 텐센트의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 이사사 가입 소식은 국내 게임업계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더욱이 국내 게임의 중국 진출길은 여전히 막혀 있어 위 교수는 "국내 기업이 중국 현지 법인도 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최대 게임사를 이사사로 받아들인 협회 결정을 이해 못하겠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중국이 자국 게임사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텐센트가 중국 정부에 우호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내 게임 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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