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서비스의 '미다스 손'…날개 꺾인 핀터레스트 구해낼까

입력 2022-07-24 16:21   수정 2022-07-25 00:48

디자이너들에게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보다 더 필요한 게 있다. 이미지를 수집하는 온라인 서비스 ‘핀터레스트’다. 핀터레스트는 ‘핀(pin)’과 ‘관심사(interest)’를 묶은 말이다. 참고하고 싶은 이미지를 클릭 하나로 계정에 저장하게 해준다. 영감을 주는 이미지나 가고 싶은 여행지의 사진, 음식 조리법 등을 커다란 보드에 ‘핀’을 이용해 꽂으면 된다. 온라인에 자신만의 핀보드를 구성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코로나19 시기 인기가 크게 늘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이어 세계 3대 SNS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주가가 40% 넘게 떨어졌다. 결국 2010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온 공동창업자 벤 실버맨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기의 순간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은 빌 레디다. 그는 지난 6월 핀터레스트 CEO 자리에 올랐다.

결제 서비스업계 ‘베테랑’
1987년 태어난 레디의 아버지는 켄터키에서 차량 정비소를 운영했다. 열세 살 때부터 그는 아버지 일을 도왔다. 기름 냄새가 잔뜩 밴 옷을 입은 그는 생계를 꾸려갈 다른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켄터키주에 있는 루이빌대에서 정보시스템과 파이낸스(금융)를 전공했다. 이후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 등에서 일한 그는 2008년 은행과 신용조합 등에 결제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페이테크놀로지스 사장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결제 서비스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아이페이에 투자한 벤 스페로 스펙트럼에쿼티 상무는 인터뷰에서 “(레디는) 정석적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길을 걷지 않았지만 비용 구조와 운영, 매출을 평가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며 “그가 재직할 당시 순이익이 두 배로 늘었고 투자 수익률도 높았다”고 했다.

이후 그는 온라인·모바일 결제 플랫폼 회사인 브레인트리와 브레인트리의 자회사 벤모(venmo) CEO를 맡았다. 브레인트리는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와 레스토랑 예약 업체 오픈테이블 등 많은 온라인·모바일 스타트업에 결제 플랫폼을 제공했다. 벤모는 미국에서 송금해달라는 말을 “벤모해주세요”라는 말로 대신할 정도로 실시간 송금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가 CEO로 재직하던 2013년 브레인트리는 8억달러에 세계적인 온라인 상거래업체 이베이에 인수됐다.

이베이 자회사인 페이팔에 합류한 레디는 2016년 페이팔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페이팔 모바일 앱과 커머스의 재설계를 담당했다.

이후 4년 만에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 그는 구글 커머스 부문 수장으로 영입돼 전자상거래 부문의 명실상부한 ‘미다스의 손’으로 인정받는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레디를 두고 “회사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들을 배후에서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구글로 옮긴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2022년 6월, 그는 핀터레스트 CEO 자리에 올랐다.
회사 살릴 구원투수 기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영입을 두고 “레디는 핀터레스트가 변화를 꾀하는 중요한 시점에 회사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2019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핀터레스트는 한때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이후 주가는 하락세다. 이용자 감소로 핀터레스트가 이전까지 유지해온 광고 중심 사업모델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는 우려도 커졌다. 전임 CEO 실버맨은 사내 성차별 논란에도 휩싸였다.

레디는 핀터레스트의 광고 부문 대신 전자상거래 비중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앞서 2020년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와 손을 잡으며 이용자들이 핀터레스트에서 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임 CEO 실버맨은 성명을 통해 “핀터레스트의 다음 목표는 사용자들의 각종 아이디어를 사고팔거나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레디는 나보다 나은 CEO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레디는 커머스와 결제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시장도 그의 등장에 박수를 보냈다. 실버맨이 사임하고 레디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핀터레스트 주가가 뛰었다. 사임 소식이 알려진 지난 6월 28일 핀터레스트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4%가량 올랐다.
온라인 매출 감소 등 풀어야
업계 베테랑이지만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핀터레스트 외에 스냅, 유튜브, 트위터 등 다른 SNS들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발을 뻗고 있어 경쟁이 심해졌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온라인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많이 이뤄져 일반 상점으로 향하는 사람이 늘었다.

레디는 지난달 인공지능(AI) 기반 온라인 쇼핑업체 더예스를 인수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그는 취임 후 WSJ와의 인터뷰에서 “쇼핑이 디지털에서 끝나든 매장에서 끝나든 시작점은 온라인”이라며 “오프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은 늘어나겠지만 디지털 참여율은 여전히 높다”고 했다. 핀터레스트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그는 “핀터레스트를 방문하는 이용자들은 레시피, 집수리 등 ‘명백한 목적’을 갖고 온다”며 “전자상거래 환경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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