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러시아" 하나로 뭉친 EU… 천연가스 소비 감축안 합의

입력 2022-07-26 22:00   수정 2022-08-25 00:01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활용하자 유럽연합(EU)이 단일대오를 이뤄 맞대응에 나섰다. 천연가스 소비량을 자발적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가스 의존도를 축소해 러시아의 의도대로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EU는 각국의 천연가스 소비량을 다음달부터 내년 3월까지 15%씩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회원국 27개국 중에 헝가리만 반대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전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르슬라 폰 데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합의를 마친 직후 “오늘 EU는 푸틴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거듭된 자원 무기화에 EU가 맞불을 놓은 것이다. 부결될 거란 예상을 깨고 합의가 성사됐다. 지난 20일 EU가 최초 제안한 합의안에는 감축 의무 조항이 담겨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낮은 국가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포루투갈, 스페인 등은 “에너지 비축분과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감축 비중을 짊어져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EU는 우선 일괄적으로 적용하던 감축 의무를 자율 준수로 완화했다. 다만 가스공급 전면 중단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감축안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EU는 러시아와 가스 공급관이 연결되지 않은 아일랜드, 몰타 등은 감축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이미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대폭 낮췄던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는 15%보다 낮은 비율을 적용한다.

뉴욕타임스(NYT)는 “EU가 경제적으로 통합되어 있어 회원국 하나가 타격을 입으면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푸틴의 위협에 독일이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되자 결속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앞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국과 유럽을 잇는 해저 송유관 노르트스트림1의 하루 송출량을 3300만㎥까지 제한한다”고 밝혔다. 전체 공급능력 1억6000만㎥의 20% 수준으로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이 조치는 27일 오전 4시부터 시행된다.

이날 런던ICE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8월물은 전 장보다 11%가량 상승해 ㎿h(메가와트시)당 176유로 선까지 치솟았다.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1의 포르토바야 가압 기지에 있는 독일 지멘스제 가스 터빈 엔진 두 개 중 하나가 가동을 멈춰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방의 제재도 직접 언급했다. 가스프롬은 “EU 제재와 관련한 문제들의 해결 여부가 수리를 맡긴 가스 터빈 엔진의 조속한 반환과 다른 터빈 엔진의 긴급한 수리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부품 수리를 핑계로 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16일 “서방 제재로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터빈이 반환되지 않고 있다”며 노르트스트림1 가스 공급량을 평소의 4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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