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 끝났나…분당·일산 집값 '뚝'

입력 2022-08-01 17:46   수정 2022-08-09 16:01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 재건축 추진 기대로 들썩이던 1기 신도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분당과 일산은 약 4개월 만에 집값 하락세로 돌아섰고, 평촌 신도시와 산본 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와 군포시는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5일 기준)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내렸다. 분당 집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3월 셋째 주 이후 18주 만이다. 고양시 일산동구 아파트값도 0.01% 떨어져 18주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5월 마지막 주 집값이 0.11%까지 상승했던 일산서구는 0.02% 오르며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안양시 동안구와 군포시 집값은 각각 0.07%, 0.04% 떨어져 전주(-0.06%, -0.02%)보다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 차’를 맞고 있는 1기 신도시는 3월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거래가 늘고 집값도 상승세를 이어 왔다. 올 상반기 분당구와 일산동·서구의 누적 집값 상승률은 각각 0.36%, 0.91%, 0.77%였다. 같은 기간 경기(-0.51%)와 서울(-0.19%) 평균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우려가 수도권 외곽은 물론 서울로 번지면서 지난달 이후 집값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가 기대되는 아파트에서도 이전 최고가보다 1억원 넘게 떨어진 매매 계약이 속속 나오고 있다. 분당구 정자동 상록우성 전용면적 69㎡는 지난달 1일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10월 기록한 최고가(15억45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내린 금액이다. 1994년 준공한 상록우성은 5월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업 절차에 들어갔다. 분당구 이매동 이매한신 전용 84㎡도 지난달 1일 13억5000만원에 팔려 직전 신고가(14억6500만원, 2022년 3월)보다 1억원 넘게 하락했다. 정자동 A공인 관계자는 “대선 이후 집값이 반등하는가 싶더니 7월 들어선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했다. 아직 신고 기한(8월 31일)이 한 달가량 남았지만 지난달 분당구 아파트 거래는 전달(69건)의 3분의 1 수준인 20건에 불과하다.

집값 상승세가 분당구보다 가팔랐던 일산동·서구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도 줄줄이 하락세다. 일산 신도시에서 처음으로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건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7단지 삼환·유원 전용 71㎡는 지난달 3일 이전 최고가(6억8800만원, 2021년 8월)보다 9000만원 가까이 내린 6억원에 거래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기까진 상당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건축 추진 기대보단 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에 집값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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