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전환하면서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7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0.12% 떨어져 전달 대비 하락 폭이 3배로 커졌다. 2019년 6월(-0.11%) 이후 최대 내림 폭이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2019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35개월간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지난 6월(-0.04%) 3년 만에 하락 전환됐다. 작년 수도권 아파트값의 연간 상승률은 25.42%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줄어든 주택 공급과 저금리,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02년(29.27%)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작년 2월(2.32%)과 3월(2.38%), 6월(2.42%), 8월(2.50%), 9월(2.43%) 등에는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이 2% 중반에 달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연간 상승률 기준 16.40%)은 2006년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경기(29.33%)와 인천(32.93%)은 각각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1986년 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준금리 0%대의 저금리가 유지된 데다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불안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대출받아 경기·인천 지역의 집을 사는 공황구매 현상이 이어져서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발 계획 발표에 따른 호재도 이들 지역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분위기는 작년 하반기부터 반전됐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했기 때문이다. 경기 아파트값은 지난 6월 -0.05%에서 지난달 -0.15%로, 인천은 같은 기간 -0.38%에서 -0.43%로 낙폭이 커졌다. 서울은 지난달 0.03%를 나타냈지만 상승 폭은 크게 줄었다.
GTX 호재가 과도하게 반영된 수도권 외곽 지역의 아파트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파트 매수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수도권 아파트값이 금리 인상과 맞물려 조정받는 '변동성 쇼크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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