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그저 자산?…그 나라들이 법정화폐로 고른 이유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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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08 09:14   수정 2022-08-08 09:18

비트코인이 그저 자산?…그 나라들이 법정화폐로 고른 이유 [한경 코알라]



8월 8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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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군(asset class)이 아닌 기술(technology)이다. 비트코인이 단순한 자산군이었다면 그것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수와 종류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달러화 붕괴를 대비해 안전자산에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믿는 레이 달리오, 스탠리 드러켄밀러, 폴 튜더 존스와 같은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화성에 식민지를 짓는것 같은 원대한 목표를 지닌 일론 머스크같은 사람은 비트코인(그리고 도지코인)을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산 규모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사회 최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만약 비트코인이 오직 이런 사람들이 즐겨찾는 조금 특이한 자산군일 뿐이었다면 사실 금괴나 다이아몬드같은 귀금속과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부자들이 더욱 부자가 되는데 동원되는 수단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은 원래 그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만인에게 이로움을 제공한다. 불, 바퀴, 전기, 인터넷 같은 기술들은 그동안 지역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용되며 인류의 발전을 위해 엄청난 이바지를 해왔다. 비트코인도 비록 그 역사가 짧긴 하지만 이미 위에 적은 기술들처럼 만인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엘살바도르 해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과자와 음료수를 팔며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고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비트코인이 만인을 위한 기술로 진화하는 중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기관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0.001 BTC 이상이 들어있는 비트코인 지갑의 갯수는 현재 4000만개 이상으로, 이는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0.01 BTC 이상을 보유한 지갑 갯수도 1000만개에 근접했다.


비트코인 0.01개 이상을 보유한 지갑 수 증가 추이 / 글래스노드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말 미국의 성인 중 적어도 한 종류 이상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게 될 사람은 3370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1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트렌드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강력하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사행성 도박 정도로 취급받던 암호화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일반인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고 있다. 특히 불안한 경제상황과 취약한 은행 시스템에 노출된 곳일수록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
2021년 9월, 엘살바도르 의회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엘살바도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송금의 중간자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엘살바도르 전체 국민의 3분의1이 주로 미국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이체 해주는 해외 이주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월 수입은 400~1500달러 수준이다.

이들이 본국으로 돈을 송금할 때 주로 이용하는 ‘웨스턴 유니온'이나 ‘머니그램'같은 해외송금 서비스들은 그동안 터무니없이 비싼 수수료를 매겨왔다. 이제 겨우 1년째에 접어드는 엘살바도르의 실험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것은 아직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엘살바도르 국민들에겐 이제 '치보월렛'과 '스트라이크' 같은 대체재가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송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수수료도 무료이기 때문에 더 이상 비싼 수수료에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
팔레스타인의 희망 비트코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수십년에 걸친 무력충돌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동의 화약고'다. 작년 5월에는 이스라엘 항공기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한복판에 폭격을 가해 고층건물이 무너지고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7년 발표된 IMF 보고서에 따르면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2008년 가자시티의 60%가 파괴됐다. 남은 부분의 85%도 2014년에 마저 파괴됐다고 한다. 세계은행은 가자지구의 평균 실업률은 48%에 달한다. 보고서는 전체 국민 중 절반 이상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통화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스라엘 통화인 셰켈(Shekel)이다.

비트코인 매거진 칼럼니스트이자 인권단체 ‘Human Rights Foundation’의 CSO인 알렉스 글래드스틴(Alex Gladstein)은 자신을 ‘Uqab’이라는 닉네임으로 소개한 팔레스타인 비트코이너의 스토리를 칼럼에서 소개한적이 있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외부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이나 비트코인만은 항상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국민들도 비트코인을 조금씩 사모으고 있으며 실제로 가난에서 벗어난 사람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비트코인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미 만인을 위한 기술로서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위해 작지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과 비트코인
2022년 4월, 엘살바도르에 이어 두번째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국가가 나타났다.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나라인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이 나라는 금과 다이아몬드를 수출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수도인 방기(Bangui) 외 다른 지역은 각기 다른 무장단체들이 점령한 상태라 그동안 제대로된 경제 시스템이 형성될수가 없었다.

올해 66세의 수학자 출신 포스탱아르샹주 투아데라(Faustin-Archange Touadera) 대통령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자국민들을 가난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며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의견은 나라마다 다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규제 쪽으로 방향을 잡은 반면 탄자니아 중앙은행은 작년에 이미 암호화폐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 한가운데 위치한 이 작은 나라는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용단을 내렸고 이미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국가명을 들어본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아프리카 대륙에 한번도 가본적 없는 필자같은 사람도 구글에 국가명을 검색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비트코인 효과는 이미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비트코인은 만인을 위한 것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비트코인은 결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꼭 필요로 하는 곳에서 아무 무리없이 사용될 때 본격적으로 발현된다. 비트코인이 지닌 탈중앙성과 무검열성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샀는지 팔았는지, 레이 달리오가 비트코인이 좋다고 했는지 나쁘다고 했는지 등은 그들의 의견일 뿐 비트코인의 가치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중요한 사실은 당신이 비트코인을 투기에 사용하든, 일상생활의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든, 전쟁과 가난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든 비트코인은 언제 어디서든 문제없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점점 더 불확실해 지는 미래에 우리 모두가 대비할수 있는 궁극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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