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위로와 안식 주는 음악 담았죠"

입력 2022-08-09 18:56   수정 2022-08-09 21:55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연주 일정이 취소되면서 집에서 오랜 기간 쉬었어요. ‘연습은 해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들며 무욕증(無欲症)까지 생겼을 때 바이올린 대가 아르튀르 그륀미오의 로맨틱 소품 앨범을 들으면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저도 대중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소품집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34)가 최근 차이콥스키, 거슈윈, 슈만, 비탈리의 낭만적 소품을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함께 녹음한 음반 ‘타임패스(TIMEPASS)’를 소니클래시컬 레이블로 냈다. 9일 덕수궁 인근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원전 악보를 철저히 연구하고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서 의욕을 되찾고 큰 위안도 얻었다”고 말했다.

‘타임패스’는 2018년 체코 슬로박 필하모닉과 녹음한 드보르자크 협주곡 앨범에 이은 김다미의 두 번째 음반이다. 그는 “기획부터 선곡까지 제 의지를 전적으로 반영한 음반”이라며 “제 스승님들과 소중한 추억이 깃들었거나 10여 년간 무대에서 즐겨 연주해온 작품들을 골랐다”고 했다. “차이콥스키의 ‘소중한 곳에 대한 추억’은 스승이신 아론 로잔드의 음반으로 처음 접했어요. 고등학생 때 직접 스승님께 이 작품을 배우게 됐을 때 너무나 감격했죠. 슈만의 ‘세 개의 로망스‘는 2013년 사랑하는 스승 미리암 프리드와 함께 익힌 이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연주한 작품입니다.”

앨범에는 이고르 프롤로프가 편곡한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 판타지’와 슈만의 ‘환상소곡집’, 비탈리의 ‘샤콘느’ 등 모두 다섯 곡이 수록됐다. “소품이라고 하면 3~4분 길이의 가벼운 곡을 생각하기 쉬운데 수록곡들은 모두 최소 10분정도 되는 길이의 작품이죠. 피아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무겁다면 무거운 진중한 소품들입니다. 원래 슈만은 한 곡만 넣으려고 했는데 문지영씨와 제가 슈만을 너무나 좋아하다 보니 두 곡이 들어가게 됐고요.”


김다미는 금호영재 출신으로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2012년 독일 하노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특별상, 나고야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출전 콩쿠르마다 입상하며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아론 로잔느, 보스톤의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미리암 프리드를 사사했고, 뉴욕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콘서트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국내외 무대에서 활악하다가 2020년 3월부터 서울대 음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생 지도를 병행한 이후 곡 해석이나 연주에 달라진 게 있을까. 그는 “원본 악보의 오리지낼리티를 중시하는 음악가로 자부해 왔는데 교수가 된 이후 강박증마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은 역사가처럼 역사 공부를 병행해 작곡가의 의도와 감정, 즉 음악의 원뜻을 잘 표현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하는데 저부터 솔선수범해야 하잖아요. 이전에 열 번 중 한 번쯤은 본능적으로 표현했다면 작곡가의 의도를 더 철저히 파악해 연주하려고 합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원본 악보를 중요시하면서 20대에 무대에서 했던 것보다 더 원전에 충실하게 연주했습니다.”

김다미는 “원래 두 번째 음반으로 슈만과 브람스 소나타 전곡 앨범을 구상했다”고 했다. “피아니스트와 충분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감행했다가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소품부터 내고 나중에 상황을 보자고 했죠.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협주곡으로는 브루흐의 유명한 1번뿐 아니라 2번과 3번을 함께 담은 전집을 내고 싶습니다.”

김다미는 새 앨범 발매에 맞춰 피아니스트 김규연과 함께 ‘컨솔레이션(CONSOLATIOM·위안)’이란 타이틀로 듀오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 중이다. 대구와 제주, 광주에서 공연한 데 이어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앨범 수록곡인 ’포기와 베스 판타지’, ‘사콘느’와 함께 풀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한국에는 낯선 미국 여성 작곡가 에이미 비치(1867~1944)의 바이올린 소나타 a단조를 들려준다. 에이미 비치는 유럽의 교육 없이 미국에서 성장해 성공한 작곡가로 미국 음악이 독자성을 갖추는 데 기여했다. 김다미가 무대에서 여성 작곡가의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연주자뿐 아니라 교육자로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훌륭한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려고 했다”며 “비치의 소나타는 슈만과 브람스, 포레, 쇼송을 섞어놓은 듯한 낭만주의 성향의 작품으로 처음 들어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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