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살고 싶다…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대형건설사 자존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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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10 16:10   수정 2022-08-11 13:53

그곳에 살고 싶다…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대형건설사 자존심 경쟁


한국인 10명 중 6명은 아파트에 산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밝힌 ‘국민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전체 거주 주택 1852만6000여 가구 중 1166만2000여 가구가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절반 이상은 아파트 브랜드가 곧 내 집의 간판이나 다름없다. 좋은 이미지의 브랜드는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반기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주택시장에서 ‘브랜드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대상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권과 한강변 등 부촌(富村) 공략 전략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다. 지방 광역시 정비사업 조합에서도 “서울처럼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아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브랜드 경쟁이 확산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포스코·SK도 하이엔드 출시

올해 10대 건설사 간 브랜드 경쟁의 첫 포문은 포스코건설이 열었다. 지난달 하이엔드 공동주택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를 선보이며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2002년 ‘더샵’ 브랜드 출시 이후 20년 만에 선보인 신규 브랜드다. 프랑스어로 ‘높은’ ‘귀한’ ‘고급’을 의미하는 ‘오티에’에 ‘땅’ ‘대지’를 뜻하는 ‘티에르’를 결합한 단어다. 소비자 중심의 맞춤 설계, 환경친화적 구조와 고급 소재 적용 등을 내세웠다.


포스코건설은 한성희 사장 지시로 몇 해 전부터 하이엔드 브랜드를 준비해 왔다. 포스코건설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한정된 단지에만 오티에르 브랜드를 부여할 방침이다. ‘브랜드 적용 심의회의’를 운영하며 입지와 규모 등을 고려해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다른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와 차별화한 포인트로 입주민 맞춤형 설계, 글로벌 건축가와 협업한 독창적 디자인, 친환경 고급 자재 등을 내세웠다.


포스코건설이 오티에르 브랜드 출시를 계획보다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곧 있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5위 내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오티에르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한남5구역 등 한강변 및 강남권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놓는다. 시공사로 선정된 재건축 단지 중 한 곳을 골라 ‘SK뷰’ 대신 하이엔드 브랜드를 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적용 단지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삼성1차아파트 소규모 재건축사업장이 유력하게 꼽힌다. 일반적인 재건축보다 짧고 전면에 한강을 끼고 있는 단지인 만큼 신속하게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 점하려고”

몇 년 전부터 국내 주요 건설사 사이에 기존 브랜드 외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가 운영하는 하이엔드 전략 바람이 불었다. 현대건설(디에이치), DL이앤씨(아크로), 대우건설(써밋), 롯데건설(르엘) 등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보였다. 포스코와 SK가 가세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는 6개로 늘어나게 된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치열한 수주전에서 필승 전략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디에이치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3구역 수주에 성공했다. 디에이치 선호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5조6988억원의 정비사업 수주 성과를 올렸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다는 이유로 시공사 지위를 잃을 뻔한 건설사도 있다. 지난해 말 서울 한강변의 한 재개발 사업장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다는 이유로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려다 사업 속도 지연을 우려해 포기했다. 당초 조합원들이 “우리만 나중에 집값 상승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강하게 요구한 것을 전해졌다. 이웃한 구역은 대부분 대형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기로 했기 때문이다.

별도의 하이엔드 없이 ‘자이’ 브랜드만으로도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는 GS건설도 브랜드 관리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10월께 자이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바람은 지방으로 퍼지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권과 한남 재개발 구역 등에만 엄격하게 적용했던 디에이치를 지방 광역시급에도 심는다. 부산 우동3구역, 대전 유성 장대B구역,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구역이 디에이치 적용 대상 단지로 꼽힌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총공사비 6183억원 규모의 대구 수성1지구 재개발사업에 ‘아크로’를 제안하면서 시공권을 확보했다. 수성1지구 재개발사업은 수성구 신천동로 일대 10만6410㎡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3층, 22개 동, 1901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울산에서도 브랜드 자존심을 건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건설과 하이엔드 브랜드 없이 ‘래미안’만 운영하는 삼성물산이 나란히 울산 중구 주택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 국내 시공능력평가 1, 2위 건설회사가 지방에서 자존심을 걸고 입찰 경쟁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라지만 사업성 높은 입지들은 갈수록 도시정비 수주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라며 “소비자(조합원 및 일반분양자)도 단지에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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