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에 얼어붙은 인수금융…'프로젝트 투자'가 멈췄다

입력 2022-08-11 14:00   수정 2022-08-17 10:11

이 기사는 08월 11일 14: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A 프라이빗에쿼티(PE)는 올 초 한 회사 지분을 천억원대에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최근 거래를 포기했다. 자금 모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A PE 대표는 "반년 넘게 기관투자자(LP) 마케팅을 다녔지만 결국 펀드레이징을 완료하지 못했다"며 "인수금융 금리가 오르면서 기대수익률이 떨어진 탓에 LP들이 문을 완전히 걸어잠근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블라인드 펀드가 없어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투자해야 하는 중소형 PE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투자 기회가 있어도 자금을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자 아예 "올해는 쉬어가자"는 분위기다. 한 PE 대표는 "PE는 평판 관리가 생명인데 펀드레이징을 못해 거래가 무산됐다는 소문이 나면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며 "진행하던 투자도 잠시 멈추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은 인수금융 금리, 하반기엔 8%까지

지난해 인수금융 금리는 연 3~4% 수준이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환경에서 인수금융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올해는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연 7% 이상의 금리 조건을 내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중 인수금융 금리가 8%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자 비용이 늘어날수록 PE로선 투자 수익률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통상 국내 LP들이 사모펀드에 출자를 약정할 때 요구하는 최소 수익률(IRR·내부수익률)은 8% 정도다. 인수금융 대출 금리가 8%까지 오른다는 건 최소 수익률 만큼을 이자비용으로 부담해야된다는 얘기다.

블라인드 펀드가 있는 PE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블라인드 펀드의 경우 투자 기간이 약정돼 있기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도 펀드를 소진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게다가 블라인드펀드는 전체 금액 중 한 회사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비율이 정해져 있다. 일부 금액은 별도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모아야만 한다. 지난해 11월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 인수 계약을 맺은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는 지난 달에야 잔금납입을 마무리했다. 약 4000억원의 거래금액 중 1800억원을 프로젝트 펀드로 모집했는데 금액을 채우기까지 8개월이나 걸렸다.

◆"프로젝트 가져오지 말라" 금고 걸어잠근 LP

국내 LP들 중엔 이미 약정한 블라인드 펀드에 대한 캐피탈 콜 외에 추가 출자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곳들이 많다. 한 대형 공제회 CIO는 "지난해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시중은행 대출이 가로막힌 회원들이 공제회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었다"며 "공제회는 회원 대출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쓰고 남은 자금으로 투자를 집행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PE 관계자는 "PE의 큰 자금줄이었던 새마을금고도 프로젝트 펀드를 아예 검토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라며 "상당수는 올해 농사가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올해 유난히 대형 PE들의 블라인드 펀드 모집 시기가 겹쳤다.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각각 조단위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고 있고, 스톤브릿지캐피탈, 아주IB, SG PE 등도 수천억원대 펀드를 모집 중이다. 위탁운용사 공모를 진행하는 대형 LP들 대부분 올해는 트랙레코드가 우수한 검증된 PE에만 출자하고 프로젝트펀드 투자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선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대형 PE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한 펀드에 수십조원이 담겨있는 글로벌 PE의 경우 인수금융 대출 없이 펀드 자금만으로 수조원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조달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블라인드 펀드가 없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프로젝트 펀드 자금을 모으지 못해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에선 대형 PE와 중소형 PE간 격차과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펀드 만들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져 중소형 PE들이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LP들이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루키(신생) 리그 출자를 늘리는 등 투자 활동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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