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갇혔다 하시더니"…폭우 속 영웅들 맹활약에 감동 [이슈+]

입력 2022-08-14 06:48   수정 2022-08-14 10:31


수도권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인류애를 보여준 의인(義人)들이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8일 서울시 강남구 일대에 물폭탄이 떨어진 날, 온라인 커뮤니티는 "강남역에 슈퍼맨이 등장했다"는 제보로 떠들썩했다. 슈퍼맨의 정체는 바로 새로 산 옷을 입고 출근했던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그는 강남역 인근 도로가 침수되자 빗물받이를 들어 올려 물이 잘 빠지도록 한 뒤 주변 쓰레기를 치우곤 유유히 사라졌다.

'강남역 슈퍼맨'이 화제가 되자 뒤늦게 이를 알아챈 딸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어제 새로 산 옷 입고 좋아하면서 출근하신 우리 아빠. 걱정돼서 전화했는데 강남에 갇혔다 하시더니. 어제 밤새도록 혼자 하고 오신 일을 유튜브 보고서야 알았다"며 "참고로 머드 축제 갔다 온 사람처럼 새로 산 옷이 더러워져서 버려야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강남에서 빗물에 고립된 운전자를 구하고 사라진 국방부 소속 공무원 표세준 씨의 일화도 훈훈함을 더했다. 당시 표 씨는 물이 가득 찬 왕복 6차선 도로에서 고립돼 도움을 청하는 여성 운전자를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헤엄쳐갔다. 유소년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표 씨는 '일단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차금지 봉을 가지고 헤엄쳤고, 운전자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표 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자분의 목소리가 저희 어머니와 연배가 비슷하다고 판단이 돼서 그냥 어머니를 구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던 것 같다"며 "제가 우연히 지나갔을 뿐이지 다른 젊은 친구들이 있었으면 저랑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도 영웅이 있었다. '동네 배수로 뚫어주신 아저씨'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의정부 용현동의 한 도로 일부가 폭우로 어른 무른 높이까지 잠기자 한 중년 남성이 도로에 쭈그리고 앉아 배수로에서 쓰레기를 뽑아냈다고 전했다. 한 여성도 종량제 봉투를 들고 그의 옆을 지켰다.


네티즌은 "아저씨가 배수로를 뚫으니까 10분도 안 돼 그 많던 물이 다 빠졌다"며 "아저씨는 끝까지 남아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있다가 물이 막히면 다시 뚫는 걸 반복한 뒤 떠났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강남 영웅 아저씨를 보고 감동했는데, 우리 동네에도 멋진 아저씨가 있다"며 "참 고마운 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들 말고도 산사태를 막기 위해 새벽에 힘을 모은 경기도 의왕시 주민 30~40명,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건물에 갇혀 있던 일가족을 구한 시민 3명 등 자세히 언급하지 못한 숨은 영웅들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프랑스의 화가 조르주 루오는 "의인은 향나무 같아서 그를 찍는 도끼에도 향기를 묻힌다"고 말했다. 이들의 숨은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도 또 다른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게 아닐까.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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