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3조' 일진머티리얼즈 19일 본입찰…롯데 '통큰 베팅' 할까

입력 2022-08-18 09:22   수정 2022-08-19 08:58

이 기사는 08월 18일 09: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약 3조원에 이르는 2차전지용 소재 동박(일렉포일)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이 본궤도에 오른다. 롯데케미칼과 인도의 석유화학기업,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 등이 인수 후보군이다. 일진머티리얼즈를 품으면 단숨에 글로벌 5위권의 동박 기업이 되는 만큼 누가 새 주인이 될지 주목된다.
◆인수 성공하면 롯데 단숨에 글로벌 동박업체로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19일 본입찰을 실시한다. 매각 대상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다. 매각 실무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고 있다. 희망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약 3조원 안팎 수준이다. 매각 측은 오는 10월께 거래를 최종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거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롯데케미칼의 참전 여부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 회계 삼일PwC, 로펌 김앤장을 선정해 실사를 진행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2차전지용 배터리 소재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한 뒤 관련 투자를 확대해 왔다. 2020년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한 동박 기업 솔루스첨단소재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도 이런 일환이었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 SK넥실리스에 이어 단숨에 국내 2위 동박 기업이 되는 만큼 업계는 롯데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5% 수준으로, 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해외 공장 증설도 적극적이다. 말레이시아에 공장 증설이 진행 중이고, 스페인에도 부지를 확보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이 총대를 메고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 초반 시장 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적극 실사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글로벌 1위 폴리이미드(PI)업체인 PI첨단소재 인수도 적극 추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롯데는 실사 과정에서 삼성SDI측과도 물밑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일진머티리얼즈의 핵심 납품처 중 한 곳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달 삼성SDI에 2030년 말까지 총 8조5262억 규모의 동박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삼성SDI가 필요로 하는 연간 전체 물량의 60%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영권이 바뀔 상황을 고려해 주요 인수 후보인 롯데 측과 사전 논의를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금리 인상, 화학 업황 부진이 걸림돌
관건은 롯데케미칼이 약 3조원 수준을 베팅할 수 있는지다. 올해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자금 조달을 하기 쉽지 않아 대규모 M&A를 추진하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고유가 등 영향으로 화학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5110억원, 영업손실 21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26.6% 증가했음에도 적자 전환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에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공장 증설을 위해 자금을 추가로 쏟아부어야하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일진머티리얼즈의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캐팩스) 비용은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초대형 M&A를 추진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신동빈 회장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경영권 매각가격 3조 사수할까
재무적 투자자인 베인캐피탈도 주요 인수 후보다. 다만 베인캐피탈 역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인수금융 등 자금 조달이 어렵고, 기대 수익률을 충족시키기도 쉽지 않아 내부 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재무적 투자자인 베인캐피탈 입장에선 향후 투자금 회수 방안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인도 석유화학기업도 상당한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성사 관건은 결국 몸값이다. 일진머티리얼즈가 매물로 나왔을 때인 지난 5월만 해도 시가총액 4조3000억원 수준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전날 종가 기준 3조4399억원까지 떨어졌다. IB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선 희망 매각가인 3조원을 사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선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거래는 허 사장의 개인 지분을 파는 건데, 희망 가격을 받지 못할 바엔 차라리 매물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2차 전지 배터리 소재 업종, 특히 동박의 경우 향후 업황도 좋은 편이라 매각을 굳이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가 좋은 회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규모가 큰 데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어떤 기업도 과감한 베팅을 하기는 고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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