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核이 국체'라는 北을 지원으로 변화시키겠다는 환상

입력 2022-08-19 17:26   수정 2022-08-20 00:14

북한 김여정이 어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대북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 등 온갖 독설을 쏟아내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했다. 특히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란 가정부터 잘못된 전제”라며 “우리의 국체(國體)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천진스럽다”고 했다. 국체까지 언급한 것은 핵무기를 북한 정권과 동의어로 본다는 의미다. 김일성 이후 ‘핵은 체제 안전의 보검’이라고 줄곧 여겨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만 보이면 대규모 식량 지원, 발전·송배전 인프라 구축, 항만·공항 현대화, 국제투자·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과정에서 단계별로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자칫 역대 정부에서 숱하게 봐온 대북 정책 실패 방식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비핵화 단계별로 얻을 건 얻은 뒤 막판 합의를 파기하는 특유의 ‘살라미 전술’을 취해왔다. 역대 우리 정부가 이런 전술에 말려드는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해 핵무기 수십 기를 보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제재 완화까지 제시하며 실패한 ‘단계적 동시 조치’를 다시 꺼낸 것이다.

김여정의 발언은 핵보유국 지위를 눈앞에 두고 ‘이제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몸값을 높여 더 많은 보상을 노린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어느 쪽이든 향후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담대한 구상이 쉽사리 관철되기 어려운 것만은 틀림없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7차 핵실험까지 예고되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을 누그러뜨리려는 윤석열 정부의 당위성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도 전에 지원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방식은 이미 환상으로 드러난 마당이다. 임기 내 대북 정책 성과에 연연해 조급증을 보이고,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제재 전선마저 흐트러진다면 북한의 협상력만 높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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