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방빼는 K유통…'사드' 직격탄 맞고 경쟁력도 밀려

입력 2022-08-21 17:52   수정 2022-08-22 00:13

중국의 신선식품 전문 슈퍼마켓 허마셴성(盒馬鮮生)에선 소비자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마음에 드는 상품의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주문한 상품이 30분 안에 집으로 배송된다. 중국인들에겐 익숙한 장보기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신유통’ 트렌드를 좇지 못한 한국 유통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막바지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롯데백화점 청두점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청두점은 중국에 마지막 남은 롯데백화점 점포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에 처음 진출해 톈진과 선양, 웨이하이 등에 지점을 열며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시작되면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110여 개 점포를 운영하던 롯데마트는 2018년 일찌감치 사업을 접었다.

한국 유통업체들이 중국 사업에 실패한 표면적인 이유로는 ‘사드 보복’ 등 정치 이슈가 꼽힌다. 하지만 사업 경쟁력이 현지 업체보다 뒤떨어진 것을 더욱 근본적인 이유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중국 유통업체들이 간편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퀵커머스 배송 역량을 키우는 동안 오프라인 매장을 관리하는 데 급급했던 게 실패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K뷰티가 맥을 못 추는 이유도 상품 경쟁력이 중국 현지 업체들에 따라잡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뷰티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385억원으로 전년 대비(2675억원) 48.2% 급감했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4.5% 감소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와 ‘후’의 부진이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이 확산한 영향도 있지만, 로컬 화장품 브랜드에 상품 경쟁력이 다 따라 잡힌 게 K뷰티 부진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패션업체 F&F가 요즘 중국 시장에서 ‘나 홀로 승전보’를 전하고 있기는 하다. F&F의 중국법인 F&F차이나는 ‘MLB’의 현지 인기에 힘입어 올 상반기 전체 F&F 매출의 26.3%를 책임졌다.

그런데도 패션업계에선 이런 성과를 불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현지의 쉬인 같은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갈대 같은 중국 소비자의 마음이 언제 F&F에 등을 돌릴지 몰라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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