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대법 "박정희 '긴급조치 9호'는 불법행위…국가배상해야"

입력 2022-08-30 14:19   수정 2022-08-30 14:39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발령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일 뿐만 아니라 민사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가 당시 체포·처벌·구금된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15년 대법원이 긴급조치 9호가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도 국가가 민사상 배상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본 판례를 뒤엎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A씨 등 71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3월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7년 만에 변경됐다.

이날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 수사와 공소 제기(기소), 유죄 판결의 선고를 통해 현실화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경우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긴급조치 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의 원고는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긴급조치 9호)로 희생된 피해자들이다.

1975년 5월 제정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다.

원고 측은 2013년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1년 넘게 심리한 끝에 2015년 5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주심 권순일 대법관)은 2013년 전원합의체 결정을 준용해 "긴급조치 9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1987년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고 하면서도 국가에 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2심 역시 패소 판단을 하자 원고 측은 사건을 2018년 대법원으로 가져갔다.

대법원은 2015년 판례를 변경할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사건을 대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해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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