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사주 소각에 소액주주 '환호'...거버넌스 개선 본격화하나

입력 2022-08-31 14:54   수정 2022-08-31 16:02


SK그룹 지주사인 SK(주)가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 라이프자산운용이 SK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지 넉 달 만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라이프자산운용이 행동주의의 새로운 갈래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 2000억 자사주 소각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했다. 전날 SK 시가총액(16조8690억원) 대비 1.2% 수준이다. 향후 신탁계약 방식으로 6개월간 취득한 자사주는 내년 3월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이번 자기주식 매입은 지난 3월 회사 측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당시 SK는 “기업공개(IPO)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자사주 소각에 대해선 “주주환원의 한 옵션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에 라이프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가치투자 대가인 이채원 의장이 이끄는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 4월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SK의 뛰어난 투자성과는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SK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의 10%에 해당하는 180만주(시가 약 4600억원 수준)를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이 운용사는 SK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원인으로 자사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를 꼽았다.

시장에서도 SK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날 SK는 2.42% 오른 2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SK가 가장 강력한 주주환원 수단인 자사주 소각을 선택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다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지분 24%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SK가 보유한 자사주 중에는 포합주식(합병법인이 소유하는 피합병법인의 주식)이 많은데, 포합주식을 소각할 경우 과세 대상이 된다”며 “SK도 과세 문제로 인해 고민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동행하는 우호적 행동주의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주주제안을 보낸 사례는 많지만, SK처럼 즉각적인 조치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라이프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이 통한 이유를 두고 “기업과 주주,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는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와의 소통에 관심이 많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수치로 기업가치가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에는 장동현 SK그룹 부회장이 직접 “2025년까지 주가 200만원(시총 14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행동주의 대상 기업을 고를 때 기업이 주주와 소통할 의지가 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를 고려한다”며 “SK는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을 때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단초될까
증권업계에서는 ESG 경영과 주주 행동주의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VIP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에 주주가치 제고를 공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에스엠과 사조오양 주주총회에선 기업 측 반대에도 주주가 내세운 감사가 선임됐다. 지난 5월에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반발 속에 동원그룹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을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SK처럼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에 관심이 큰 경우가 아니라면 행동주의 펀드와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두고 에스엠과 얼라인파트너스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 문제 해소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본시장법에 상장사의 합병·인수·분할·교환 관련 독소조항이 있어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배당소득세가 분리과세가 안 되고 상속세가 기형적으로 높다는 점도 기업이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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