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4600→6700원…'택시대란' 잡겠다고 요금인상 꺼내든 서울시

입력 2022-09-01 18:07   수정 2022-09-08 19:47


요즘 심야 시간에 택시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택시 운전 기사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낮은 처우 탓에 법인택시 기사 수가 6년 새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데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밤에 일하는 걸 꺼린다. 더 큰 문제는 2년 전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운행을 막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타다 금지법’) 개정안 통과 이후 1만2000명에 달하는 타다 택시 기사가 업계를 떠난 데 있다. 기사 수 급감에 대한 별다른 해답을 찾지 못한 서울시가 택시 요금을 올리는 미봉책을 또다시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범 심야기본료 1만원 시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중형택시 기본 요금은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오른다. 심야 할증 요금은 두 구간으로 나눠 오를 전망이다. 오후 11시~오전 2시는 기본 요금 대비 40% 할증(6700원 안팎)된다. 오후 10~11시, 오전 2~4시는 20%(5800원 안팎) 오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동시에 기본 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400m 줄인다.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한다. 요금 미터기가 더 빨리 오르기 시작하고, 오르는 속도도 더 빨라지는 셈이다.

일반 택시 요금이 오르면 모범택시도 요금을 올려야 한다. 중형택시와 모범택시 운임·요율 수준에 적정한 차이를 둬야 한다는 국토교통부 훈령 때문이다. 서울시는 모범택시 기본료를 기존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심야 할증률 40%를 적용하면 기본료만 1만원(9800원)에 육박하게 된다.
○배달·택배 업계로 떠난 기사들
한국경제신문이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택시 운송원가 분석 및 요금체계 개선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 하루 운행 대수는 2016년 2만127대에서 2021년 1만3883대로 31.0% 줄었다.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6년 6월 3만6024명에서 지난 6월 2만868명으로 42%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승객이 줄면서 젊은 층 기사들은 배달·택배업계로 대거 일자리를 옮겼다.

심야 시간엔 개인택시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아 더욱 문제가 커졌다. 개인택시 비율은 서울시 전체 운행 대수의 69.3%에 달한다. 이들의 오후 10시 이후 심야 운행률은 심할 경우 10.1%까지 떨어졌다. 평상시에도 운행률이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령층(60세 이상) 택시 기사 비중이 2016년 53.3%에서 2020년 69.4%로 크게 늘어난 탓이 크다”며 “체력이 많이 필요한 심야 운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기본요금 인상 △단거리 서비스 요금제 도입 △물가연동제 도입 △요금 상하한제 도입 등을 시에 제안했다. 이 중 일부 안이 오는 5일 열리는 서울시 공청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서비스 혁신 이끌 시장 자극 필요”
전문가들은 택시 시장 혁신을 막은 정부가 그 피해를 시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업계에 혁신 사업자가 진입하는 걸 원천봉쇄했다. 1만2000여 명의 타다 운전기사들은 곧바로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는 당시 법인 택시월급제 도입 등 처우 개선을 통해 타다 기사들이 택시 업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법인택시는 여전히 사납금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타다 운전기사들은 택시 업계 대신 배달 등 돈이 되는 일자리를 택했다. 2014년 우버(우버엑스)를 불법 콜택시로 규정하고 진입 자체를 막은 과정도 비슷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타다 금지법은 결국 규제를 통해 기존 법인 택시 회사 소유주의 기득권만 공고히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혁신을 막아 택시 공급을 줄이는 대신 타다나 우버와 같이 택시산업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사업자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김우섭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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