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전후 귀환한 조선 포로들 환영은커녕 냉대받아…문벌사족들은 가족이 돌아온 사실 숨기기도

입력 2022-09-05 10:00  


탈출을 시도하다가 죽은 사람도 꽤 많았다. 《국조인물지》에 기록된 이엽 장군은 원균이 대패한 칠천량 해전에서 잡혀 포로로 끌려갔다. 좋은 대우와 회유를 뿌리치고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결국 자결했다.

쇄환, 즉 정부의 공식적인 노력으로 귀환한 사람들도 있었다. 1604년 6월 나라를 망친 성리학자들 대신 승병장인 사명당이 ‘탐적사’로 파견됐다. 일행은 2대 쇼군인 도쿠가와 히데타다를 만나고, 3000여 명의 백성을 데리고 돌아왔다. 1607년에는 ‘회답겸쇄환사’가 파견돼 전후 문제 등을 논의하고, 1240여 명의 백성을 데리고 돌아왔으며, 1624년에도 포로들을 귀환시켰다. 물론 일본이 자발적으로 쇄환시킨 포로도 있었다. 대마도 도주는 종전 전에 강화를 요구하면서 조선 포로를 500명 가까이 돌려보냈다. 광해군 때도 우호 관계를 회복하자면서 잡혀갔던 백성을 잇달아 쇄환시켰다.

조선 정부와 사회는 귀국한 포로들을 어떻게 대했을까?


첫째, 의심하고 경계했다. 선조 38년 6월 17일 기록에는 사명당을 따라 대마도에서 온 박수영이 나라를 배반해 인명을 많이 살해했으니 형벌을 주자는 요청에 선조가 윤허한 내용이 있다. 1601년에는 강사준과 여진덕 등이 80여 명이 함께 탈출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 이후 일본의 자연재앙과 분열상황 등을 보고했다. 그런데도 조정은 일단 의심하고, 조사를 단행했다.

둘째, 믿기 힘들지만 냉대와 억압 등을 많이 저질렀다. 2차 쇄환, 3차 소환 때는 관리들이 마중조차 나오지 않았고, 정부는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귀환 포로를 억압하고 약탈하는 일도 빈번했다. 1605년 6월 7일자에는 유정(사명당)이 쇄환한 사람들을 마음대로 소유하고, 매질하니 속량(노비를 면해주는 일)해서 군인으로 해야 한다고 아뢰어 선조의 윤허를 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조경남의 《난중잡록》에서도 (부모·성명 등) 연고를 모르는 사람들은 종으로 만들고, 여자가 예쁘면 남편을 묶어 바다에 던지고, 멋대로 자기 여자로 만드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기록했다. 특히 문벌사족은 식구들이 포로로 잡혀간 것은 절개와 의리를 상실한 일이라고 평가해 쇄환된 사실을 숨겼다.

이런 부정적 인식 때문에 강항이나 정희득 등의 인물은 능력이 뛰어나고, 나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채 정보를 보고했음에도 중용되지 못했다. 조완벽은 포로로 끌려가 일본 무역선에 함께 타서 베트남을 3회, 필리핀을 1회 방문했다. 조선이 필요로 한, 국제사회 동향과 무역 등 필수적 정보와 실무경험을 보유한 인물임에도 고향에서 평범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조선 정부가 쇄환 포로들을 냉대한다는 사실은 일본에 알려졌고, 일본은 이를 과장해 포로들의 귀국을 막으려 했다. 중국 지역으로 간 백성들도 있었다. 전쟁통에 살 곳을 잃은 백성들이 명군을 따라다니며 생존하다가, 철군할 때 함께 건너가 1000여 명의 백성이 요동, 산해관 등지에 살면서 귀국을 원한다는 내용을 비변사가 임금에게 아뢰었다.

조선 정부는 백성들의 삶에 무관심했고, 그들의 기술력, 문화적 능력, 경제적 가치 등을 일본처럼 주목하지 않았다. 또 백성을 죽음과 파멸로 몰아넣는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남의 나라에서 포로로, 노예로 고통받는 자국민을 구원하는 데 소홀했다.

역사에는 반드시 ‘인과응보’라는 원리가 작동한다. 결국 임진왜란이 끝나고 30년도 채 못된 1627년에 정묘호란, 1636년에 병자호란이 발생해 멸망 직전까지 갔다. 당시 세자를 비롯해 무려 50만~60만 명의 백성이 추운 북쪽 땅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고,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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