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핑계도 없다…속내 드러낸 푸틴에 유럽 전역 '발칵'

입력 2022-09-06 14:48   수정 2022-10-05 00:02

러시아 정부는 서방국가가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 등 제재 조치를 해제할 때까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가스관 수리 등 기술적 결함을 중단 사유로 밝혔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자원을 무기화하며 유럽 각국에서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기술 핑계도 없는 러시아,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독일과 영국 등 서방이 대(對)러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노르트스트림-1’을 폐쇄할 것”이라며 “다른 기술적 이유는 없으며 현 사태의 책임은 제재를 남발한 서방에 있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1은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최대 천연가스 공급관이다. 매년 55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유럽 전체 가스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앞서 2일 G7 재무장관들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상한제 시행하자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가스관 누출을 명분으로 노르트스트림1의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가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10월물) 가격은 장중 1메가와트시(㎿h)당 272유로를 찍었다. 전 거래일 대비 35%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 2일 1㎿h당 200유로까지 하락한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무기한 차단 발표 후 반전 상승했다.

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DAX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31% 급락했고, 프랑스 CAC40 지수는 2.42%,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도 2.75% 하락했다.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도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인 유로당 0.9884달러를 찍었다.
에너지 위기 처한 유럽, "뭉쳐야 산다"
비상사태를 맞은 유럽은 에너지 위기를 진화하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를 공유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필요시 프랑스는 독일에 가스를 공급하고, 독일은 프랑스에 전력을 보내줄 방침이다. 독일과 프랑스를 잇는 가스관 연결은 수개월 내로 완료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에 속하지 않은 영국은 나랏빚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 이날 로이터는 영국의 차기 총리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 총리 내정자가 오는 7일 가계 에너지 위기 대응책으로 요금 동결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러스 내정자는 이날 당선 직후 연설에서 “에너지 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공급 등 장기적인 문제를 다루겠다”며 “영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과감한’ 정책을 펼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초 영국 에너지 당국은 10월에 전기·가스요금을 표준가구당 연간 1971파운드(약 313만원)에서 80% 인상된 3549파운드(약 558만원)를 책정할 예정이었다. 내년 4월엔 연 6616파운드(약 1040만원) 가까이 올릴 거란 전망도 나왔다.

요금 동결에 따른 비용은 정부 지출로 해결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우선 차입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향후 10~15년에 걸쳐 세금으로 회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관련 예산으로 1000억파운드(약 159조원)가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5%에 육박하는 동시에 코로나19 고용유지 지원금(700억파운드)을 웃도는 금액이다.

트러스 내각의 재무부 장관으로 유력한 크와시 크루텡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려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올겨울 극빈층을 돕기 위해 차입을 늘리지만 재정을 책임감 있게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위기에도 獨, 탈원전 정책 이어가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독일은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다만 올해 말까지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멈추려던 계획을 바꿨다. 이날 독일에 남아있는 원자력발전소 3곳의 가동 기한을 연장하지 않되 내년 4월까지 원전 두 곳을 예비전력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정부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다. 2022년 말까지 독일 내 모든 원전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독일 남부 원전 ‘이자르2’와 ‘네카베스트하임’ 두 곳을 내년 4월까지 가동하게 됐다.

에너지 위기에도 원전 의존도를 낮추며 탈원전 정책을 실현하려는 취지다. 올해 1분기 독일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원자력 에너지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매우 위험한 기술”이라며 “이로 인한 방사성 폐기물은 수많은 미래 세대에게 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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