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공성' 족쇄 찬 통신사들

입력 2022-09-06 17:31   수정 2022-09-07 01:02

지난 7월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통신 3사 대표(CEO)’ 간담회의 화두 중 하나는 탄소배출권이었다. 통신 3사가 5G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탄소배출량이 급증해서다. 온실가스를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은 돈을 주고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통신사들의 부담도 점점 늘고 있다.

CEO들은 “통신사에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주는 정책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신업은 공공성이 있는 국가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구매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현재 철도·육상여객·해상운송업 등은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받고 있다.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업종, 공공성을 가진 산업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공공성도 운송업 못지않다는 게 통신업 종사자들의 생각이다. 예컨대 통신사들은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 5G 공동망’ 같은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간담회 이후 2개월이 흘렀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과기정통부는 탄소배출권 전담 부처인 환경부와 업무 협의를 하지 않았다. 통신사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큰 진척은 없는 모양새다.

통신사의 정책 제언을 정부가 무시한 건 처음이 아니다. 통신사들의 ‘전파사용료 감면 요청’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정부 정책에 따라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연금수급자 등은 통신비를 감면받는다.

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정부에 “통신비 감면 대상 이용자만큼의 전파사용료(전파 이용 대가로 정부에 내는 요금)를 면제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움직였지만 세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보였다. 기재부는 “전파사용료를 갑자기 감면해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정부는 다를 줄 알았는데’라는 푸념이 나온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크다. 5G 중간요금제 같은 정책에 드라이브 걸 땐 ‘전파의 공공성’을 앞세워 팔을 비틀더니, “공공성을 감안해 규제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청하자 귀를 막고 있어서다.

공공성이란 족쇄를 찬 통신사들은 사실상의 ‘자선사업’을 수십 년째 강요받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통신기업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인기 없는 종목으로 전락했다. “공기업 수준의 규제 주머니를 차고 달리는데 어떻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겠느냐”는 한탄이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수익성의 부메랑은 애먼 주주들이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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