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처리된 美 IRA…정부 '法개정·행정보완 요구' 외교 총력전

입력 2022-09-06 18:06   수정 2022-09-07 01:56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대미(對美) 외교 총력전에 나섰다. 한·미 정부 양자 간 협의체를 조기 가동해 법 개정 및 행정 조치를 요구하는 동시에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협력해 다자 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밀실·졸속 입법으로 평가받는 IRA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양·다자 총력전 나선 정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7일 회동은 IRA 관련 양국 각료급 첫 만남”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장관급 협의) 채널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회동에서 통상 외 유관 부처도 참여하는 범부처 양자 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협의 채널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법 개정을 촉구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안 본부장은 방미 기간에 상·하원 인사와도 만날 예정이다. 다만 조기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미국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법 개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행정부 차원에서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에 이어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것은 한·미 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양자 차원의 대응 수위를 정상급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다자 차원의 공동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유럽과 일본은 사실상 우리와 거의 같은 상황”이라며 “입장을 공유하고 향후 필요하면 정부 간 협력과 법적 절차 등을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법안 공개 2주 만에 전격 통과
정부의 총력전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곧바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IRA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민주당이 당내 비밀 협의를 통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법이기 때문이다.

한·미 정·관계에 따르면 IRA 모태인 ‘더 나은 재건법(BBB)’은 전기차 보조금(대당 1만2500달러) 등 총 4조달러에 이르는 재원 마련 우려 탓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이견으로 지난 6월 좌초됐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진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 규모를 4000억달러로 줄이고, BBB에 반대한 의원들을 결집시켰다.

이 과정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7월 화석연료의 중심인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깐깐하게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나 ‘보조금 조항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맨친 의원의 제안은 △북미에서 생산 △미국산 배터리 광물 조달 △북미산 배터리 부품 조달 등을 전제로 전기차 보조금을 대당 7500달러로 매기는 것이었다.

9월부터 중간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민주당은 8월 중 법안 처리가 시급했다. 미 의회는 7월 27일 법안을 공개했고, 며칠 뒤 세부 규정이 급조됐다. 상원은 휴회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달 7일 기습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뒤 휴회에 들어간 하원은 12일 의원들을 긴급 소집해 투표를 진행했다. 휴회 탓에 하원 의원 절반인 200여 명이 대리투표로 진행해 지금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이 발의된 지 불과 2주 만에 상·하원을 통과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민주당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투표했다”며 “미국 행정부도 법안 통과 뒤에야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이지훈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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