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청 "서울, 블록버스터 아트페어 하나 더 열 만한 체력 충분하다"

입력 2022-09-07 18:27   수정 2022-09-08 10:45

홍콩의 재벌 3세,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 신개념 쇼핑몰을 만든 개척자….

에이드리언 청 뉴월드개발 부회장(43)에게 붙는 수식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 부회장이 뉴월드개발에 합류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를 두고 ‘할아버지 잘 만난 재벌 3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남들과 다른 혁신적인 스타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쇼핑몰과 뮤지엄(박물관)을 결합한 ‘K11뮤제아’를 세워 홍콩이 아시아의 ‘문화 실리콘밸리’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K11뮤제아를 만든 K11그룹 덕분에 뉴월드개발의 매출은 2011년 6조원대에서 지난해 12조원대로 두 배 뛰었고, 홍콩의 3대 그룹으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청 부회장을 만난 건 지난 5일 서울 신사동 안다즈호텔 강남에서였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의 첫 서울 진출(2~5일)을 계기로 방한한 그는 추석 연휴 때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이라고 했다. 청 부회장은 “서울 전체가 전 세계 예술을 끌어당기는 자석이 된 것 같다”며 “한국인들의 미술 열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프리즈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잘 둘러봤습니까.

“뉴욕 파리 홍콩 등지에서 열린 예술 주간 때 볼 수 있었던 친구들과 비평가, 큐레이터들을 서울에서 모두 만났습니다. 모두가 열정적이었고, 다들 전시회 수준과 한국 사람의 미술 열정에 놀란 모습이었어요. 이번 전시로 서울이 ‘아시아 미술 중심지’ 중 하나로 입지를 굳힌 것 같습니다.”

▷다른 아시아 도시와 비교해 서울의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서울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고 ‘예술 허브’ 중 하나라는 걸 이번에 두 눈으로 확인했어요. 그 열정과 체력을 보면 프리즈 외에 블록버스터급 아트페어를 하나 더 열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쇼핑몰과 박물관을 결합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문화는 사회와 경제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예요. 제 생각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혁신과 기술의 수도’인 것처럼 홍콩을 문화예술 수도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K11뮤제아예요. 실리콘밸리가 기술 분야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름이 된 것처럼 K11뮤제아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칸 영화제, 소더비 등과 연계해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K11뮤제아 모델’이 늘고 있습니다.

“벤치마킹하는 곳이 많아졌어요. 2008년 K11뮤제아가 문을 열 때만 해도 세상에 없던 콘셉트였는데…. 하지만 쇼핑몰에 값비싼 예술품을 마구잡이로 갖다놓는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고급 문화의 저변을 넓히려는 생각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예술을 바라보고, 작가들을 이해해야 할지 일상 속에서 알려줘야 해요. 그런 생각을 갖고 K11뮤제아를 만든 겁니다. 전 세계 100여 명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10년에 걸쳐 만든 쇼핑몰 건물의 모든 곳이 박물관이 됐습니다. 사람들이 쇼핑을 하면서, 주변 길을 걸으면서 세계적인 작품을 만나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K11뮤제아는 2년 만에 기존 일반 쇼핑몰 대비 매출이 두 배 늘었습니다. 문화예술을 접목하자 20~40대 ‘남들과 다른 영감’을 찾는 세대들이 충성고객이 됐습니다. 임대료가 인근 대형 쇼핑몰 대비 20~30% 비싼데도 서로 입점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니까요. 단지 쇼핑몰에만 예술품을 전시한 게 아닙니다. 도시 곳곳에도 예술 작품을 두고 안팎으로 연결되는 아트 투어 프로그램으로 ‘공부하는 거리 예술’을 만들었어요. K11뮤제아로 오고 가는 모든 여정을 예술 중심으로 설계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을 받았을 텐데요.

“서서히 회복하고 있지만,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K11에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주는 데 예술품만 한 것은 없습니다. 새로운 영감을 주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K11뮤제아의 프리미엄 멤버십은 3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새로운 전시와 문화 예술, 아트 상품에 ‘충성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는 얘기죠. 명품 브랜드를 한데 모아 대형 패션 전시회를 열고, 아시아판 칸 영화제 위크를 만들고, 아티스트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장기간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예술계와 네트워크를 다져온 결과들이죠.”

▷예술이 돈벌이가 되는 시대인가요.

“저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항상 3년 뒤를 생각합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트렌드를 읽다 보면 예술 수요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MZ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더 많이 예술품을 구매하고 즐기잖아요. 앞으론 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K11이 요즘 대체불가능토큰(NFT) 아트와 미디어 아트에 힘을 쏟는 것도 미래에는 이런 수요가 늘어날 걸로 봤기 때문입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나요.

“MZ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문화적 취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죠. 자기애도 강합니다. 개인의 건강과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죠.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K11그룹과 뉴월드개발은 소비재부터 부동산, 바이오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 중심엔 언제나 MZ세대 등 새로운 세대가 있습니다. 그들을 공통적으로 열광시키는 것은 예술이고요. 예술이 도시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시대이고, 그런 면에서 서울은 홍콩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K11그룹은 영국왕립아카데미, 뉴욕현대미술관 등과 연결돼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항상 우리보다 큰 통찰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예술 세계가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바라보고, 글로벌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피면 앞으로의 세계가 앞서 보이기도 합니다. 예술을 공간에 도입할 때 ‘예술’과 ‘자연’과 ‘사람’이 균형을 찾도록 합니다. 이때 예술 작품은 단지 벽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볼 것인지, 어떻게 앞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알려주는 도구가 됩니다.”

▷경영 원칙으로 ‘3A’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변화를 스스로 계획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고객의 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먼저 예측하고(anticipate), 변화에 적응하고(adapt), 빠르게 가속하는 것(accelerate)이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어요. 예술경영 역시 ‘3A’로 키울 수 있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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