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도입 미뤄 시장 활성화?…"효과는 글쎄" [정의진의 경제현미경]

입력 2022-09-11 17:00   수정 2022-09-12 09:17


'금융시장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를 2년 미루기로 한 윤석열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실제로 금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공식 제기됐다. 오히려 과세 시점을 유예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이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조세연이 지난달 발간한 '재정포럼 8월호'에 이 같은 의견을 담은 '2022년 세제개편안 평가' 보고서를 게재했다. 정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지만, 이번 유예가 금융시장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금융투자소득세란 과세당국이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개인이 얻는 소득을 모두 하나의 소득으로 간주해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그동안 한국은 예·적금 이자에 대해선 금액 크기와 무관하게 꼬박꼬박 15.4%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선 단일 종목을 10억원 이상 갖고 있는 '대주주'에게만 세금을 부과해 금융상품별 과세 형평성이 낮고 관련 세제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020년 6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국회는 정부안을 바탕으로 같은해 12월 금융투자소득세를 2023년 1월부터 도입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핵심은 주식 양도차익에서 5000만원을 공제한 금액에 대해 20%의 세율(3억원 초과분은 25%)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주식을 제외한 기타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선 공제액이 250만원만 적용되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특혜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도 현행 제도보다는 세법이 단순명료해지고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가까워지기에 학계와 금융업계에선 '바람직한 개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상엽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0년 논문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면 금융상품 사이의 과세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고, 금융상품간 손익통산을 허용함으로써 담세력에 맞는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선진화'라고 스스로 홍보해놓고선 올 들어 갑자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유예하겠다고 말을 바꾼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주식 양도세 도입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TV토론회에 나와 "지금 우리 주식시장이 굉장히 어려운데 양도세를 만들면 연말에 이탈 현상이 생겨 주식 시장 왜곡이 생긴다"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건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유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기 전인 2020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직접 대표발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기재부는 지난 7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기를 2023년 1월에서 2025년 1월로 2년 연기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증권거래세는 올해 0.23%에서 내년 0.20%로 0.03%포인트 내리고, 2025년엔 0.15%까지 더 인하할 계획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이에 대해 정다운 조세연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소득세의 과세를 결정하게 된 배경은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면서, 특히 2000만원 초과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종합과세로 누진세율(6.6~49.5%)을 적용하는 반면 주식 등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단일세율로 과세하고 그마저도 일부 대주주에 국한하는 등 조세 형평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합리적인 과세 측면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의 도입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조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방침을 밝혔을 당시 "주식 하락 국면에서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데, 제도가 유예되면 손익통산제도도 유예돼 손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제도 시행을 유보해야 할 어떤 실익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는 과세기간 전 5개년에 대해 이월결손금을 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주식 매매차익이 발생해도 직전 5개년 동안 발생한 손실을 합산해 과세표준을 정한다는 의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와 야당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시장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이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법을 개정해주지 않으면 예정된대로 내년 1월부터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증권업계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개편안과는 무관하게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 제도 도입을 대비하며 수십억원을 들여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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