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박재홍 "콩쿠르 우승 이후, 나만의 소리 찾기 시작했죠"

입력 2022-09-14 17:54   수정 2022-09-15 09:02


“지난달 중순, 이탈리아 볼차노 페스티벌의 메인 공연장에서 마에스트로 지아난드레아 노세다(58)가 이끄는 유럽연합유스오케스트라(EUYO)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했습니다. 1년 전에 벌벌 떨며 콩쿠르 최종 결선 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쳤던 음악홀에서 거장과 함께 연주하고 있으니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딱 1년 전인 작년 9월 볼차노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박재홍(23)은 “우승 이후 좋은 연주 기회가 늘어 감사할 따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부조니 콩쿠르 우승 이후 1년 동안 새로 익혀서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수가 그전에 배운 협주곡 수와 비슷하다”며 “새 곡을 연습하며 완성해가는 재미에 푹 빠져 피아노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생인 그는 ‘순수 국내파’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10년째 김대진 한예종 총장을 사사하고 있다. 김선욱과 손열음, 문지영 등 스타 피아니스트로 가득한 김 총장의 제자 그룹 중 막내다. 10대 때부터 미국 클리블랜드 영 아티스트 콩쿠르와 지나 바카우어 영 아티스트 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유망주로 꼽혔고, 부조니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에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이탈리아 순회 연주에 이어 볼차노 페스티벌과 오스트리아 그라페넥 페스티벌에 참가해 호평받았다. “콩쿠르 우승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음악적으로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겁니다. 이전에는 뭔가가 옥죄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작품 해석에도 틀에 박힌 부분이 있었거든요. 나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주자로서 추구하는 음악의 비전도 달라졌다고 했다. 1년 전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자기 개성을 표현하기보다 작곡가의 생각을 옮기는 ‘메신저’ 같은 연주가가 되고 싶다”고 했던 그는 “지금은 나만의 독창성과 음악적인 존재감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이를 어떻게 음악에 녹여낼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박재홍은 오는 22일 마포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제7회 M클래식축제’의 간판 연주자로 나선다. 마포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축제에는 약 두 달간 30여 개 단체와 500여 명의 음악가가 출연해 오케스트라 연주회, 실내악 공연, 독주회, 가곡 연주회, 브런치 콘서트 등 다채로운 음악회를 연다.

박재홍은 먼저 첫날 개막 공연에서 KBS교향악단(지휘 김광현)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한다. 그는 “이번 유럽 투어에서 노세다와의 두 차례 협연을 통해 많이 배운 곡으로 국내에서 연주하는 건 처음”이라며 “라흐마니노프의 변화무쌍하고 독보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변주를 잘 살려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29일 열리는 단독 리사이틀에서는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크라이슬레리아나’, 스크랴빈의 ‘소나타 3번’, 프랑크의 ‘전주곡과 코랄, 푸가’를 들려준다. 이 중 ‘크라이슬레리아나’는 부조니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이다.

“연주회장에서는 오랜만에 치는 곡인데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게 보여요. 와인처럼 조금 더 숙성됐다고 할까요. 제가 연주하며 들어봐도 1년 전보다 지금이 더 자유로워지고 좋아진 것 같습니다.”

스크랴빈과 프랑크의 곡은 각각 올해 탄생 150주년과 200주년을 맞은 작곡가를 기념해 선곡했다고 했다.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곡들을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음악의 결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곡이에요.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재미있는 소설처럼 저만의 스토리텔링으로 흡인력 있는 연주를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30분짜리 곡을 3분처럼 느끼실 겁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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