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축구장 560개 규모 디지털 물류센터…배송 '1초 전쟁' 확산

입력 2022-09-14 17:49   수정 2022-09-15 02:25

14일 찾은 경기 김포 고촌읍 이마트 SSG닷컴 네오003 물류센터. 국내 유통업계 디지털 대전환(DX)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최첨단 물류 기술의 집적체다.

연면적 5만2500㎡ 규모의 이 물류센터에서는 작업 시간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품이 담긴 바구니가 구불구불한 레일을 타고 흐르는 소리만 가득할 뿐이다.
대형마트 물류 DX의 현주소

바스켓에 담긴 상품을 옮기는 근무자들이 주문 내용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자기 앞으로 온 상품을 집어 불이 들어온 칸에 수량대로 옮겨 담기만 하면 된다.

사람이 상품을 찾는 대신 상품이 사람을 찾아가는 ‘GTP(good to person)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장바구니 하나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6초에 불과하다.

시간당 2400박스, 하루 3만5000박스에 달하는 물량이 처리된다. 신선식품이 보관된 네오003 3층은 ‘한국에서 가장 큰 냉장고’로도 불린다. 8200㎡ 넓이의 한 층 전체가 365일 10도 이하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네오003 물류센터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물류 전쟁의 일단일 뿐이다. 쿠팡, 컬리, SSG닷컴, 롯데마트 4개사가 전국에 운영하는 물류센터의 총면적은 400만㎡에 이른다. 축구장 560개를 합친 규모다.
확산하는 최첨단 배송 기술
이마트는 기존의 점포를 소규모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점포의 유휴공간을 물류시설인 ‘PP센터’로 탈바꿈시키는 중이다. 노후 점포를 리모델링할 땐 매장 내 공간을 정비하는 만큼이나 PP센터용 공간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인다.

PP센터에는 이마트가 2014년부터 네오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녹아 있다. 상품을 레일 위에 올리기만 하면 배송지역별로 알아서 스캔해 분류하는 ‘자동화 소터’, 포장 작업자가 주문 내용을 확인할 필요 없이 상품을 스캔해 바구니에 담는 ‘자동화 패킹 시스템(DAS)’ 등이 모두 네오 물류센터에서의 검증을 거쳐 이식된 기술이다.

롯데마트는 점포 천장에 레일을 깔고 있다. 온라인 주문에 1초라도 더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롯데마트의 물류거점 혁신 매장 ‘스마트스토어’에선 매장 안에 설치된 수직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장바구니가 천장에 달린 레일을 타고 점포 뒤 포장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주문이 이뤄진 뒤 30분 이내에 상품이 포장된다. 두 시간 안에 집 앞으로 배송하는 게 가능하다.

홈플러스에선 ‘주부9단’ 사원들로 구성된 피커(장보기 전문사원)들이 DX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피커들은 ‘내가 소비자라면 이 상품을 사겠는가(WIBIT·Would I buy It)’라는 원칙에 맞춰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최적의 동선에 따라 카트에 담아 포장한다.
왜 물류 DX인가
“대형마트 3사는 물류 분야 DX에 그야말로 사즉생 분위기”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여기에는 코로나19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의 장보기 습관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의 점유율은 2018년 7월 23.4%에서 지난 7월 15.0%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e커머스의 점유율은 38.4%에서 47.7%로 급증했다.

올 들어 7월까지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87조5147억원에 달해 코로나 사태 발생 전인 2019년 연간 거래액(87조3639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변화한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도 DX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경우 이제 과실을 수확하는 단계다. 2019년 9만 건에 그쳤던 SSG닷컴의 하루 배송 가능 건수는 16만 건까지 늘어났다. 네오 물류센터와 PP센터의 자동화 수준이 높아지고, 효율이 극대화한 결과다.

주문 건당 상품 수가 평균 15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만 240만 개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셈이다. SSG닷컴의 거래액은 2019년 3조4800억원에서 지난해 5조7200억원으로 64.4% 급증했다.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여온 홈플러스는 지난해 온라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5000억원 수준이던 온라인 매출이 연평균 20%가량 불어났다. 지난 3~7월 전체 온라인 매출의 59%는 신선식품 분야에서 나왔다.

김포=박종관/박동휘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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