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 신용도 '비상'…"돈줄 마르고 분양 위험 커져"

입력 2022-09-14 17:53   수정 2022-09-15 17:49

이 기사는 09월 14일 17: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건설사들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 경기가 하락 국면으로 진입한 데다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분양 위험 익스포저(위험 노출)와 자금 조달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분양 위험 익스포저가 크고 재무적 대응력이 낮은 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신용도 하향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BBB급 건설사 신용도 '흔들'
한국신용평가는 '주택경기 변곡점에 선 건설산업, 분양위험과 경기대응력에 주목'이라는 웹세미나를 열고 업체별 분양 위험 수준을 점검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원자재값 급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 '3중고'로 건설사들의 신용도에 균열이 생기고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신평은 신용등급 BBB급 건설사들의 분양 위험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대구, 울산, 경북, 전남 등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지역의 분양 예정 물량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위험지역 물량 비중이 30%가 넘는 BBB급 건설사로는 한신공영, 아이에스동서, 금호건설, 대보건설 등이 꼽혔다. A급 신용도를 갖춘 신세계건설은 대구?경북지역 사업 예정 물량이 많아 위험도가 높게 측정됐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는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7월 1148가구에서 지난 7월 7523가구로 7배가량 늘어났다. 신용등급 A급 이상 건설사들은 대전, 부산, 경기 지역 물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유형에 따른 위험도 분석 결과도 내놨다. 자체사업 비중이 큰 BBB급 건설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가 많은 A급 건설사들의 위험 수준이 높다는 게 한신평의 지적이다. 수주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도급사업과 달리 별도 택지를 확보하는 자체사업은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손실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위험도도 높다.

건설사들의 재무 안정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체 사업 등 공격적인 사업 추진이나 신사업 투자로 재무 부담이 커진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각 건설사의 분양 위험 익스포저와 재무 안정성 수준 등을 관찰해 향후 신용도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사업 및 재무적 대응능력이 낮은 건설사의 신용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라며 "분양 위험 익스포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채 창구 막힌 건설사 "자금 조달 비상"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된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금리 인상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건설사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채권을 발행하는 차환 대신 현금 상환을 선택하는 건설사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돈줄이 막힌 건설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시장에서 우회 조달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달 P-CBO 채권을 발행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로 매겼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공모 회사채 흥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P-CBO로 선회한 것으로 내다봤다. P-CBO는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모아 신용보증기금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한 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제도다. 시중 조달 금리보다 낮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관계자는 "P-CBO채권은 주로 중소?중견기업이 활용하는 제도"라며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A급 건설사들까지 신보의 도움을 받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건설사 신용도가 흔들리면 '돈맥경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비싼 비용을 내고 돈을 빌려야 한다는 의미다.
부동산 경기 하락세 이어질 전망
연말까지 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악재로 꼽힌다. 눈치 보기 장세로 '거래 절벽'이 본격화되면서 건설사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첫째 주(5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5% 떨어졌다. 지난 5월30일(-0.01%) 조사 이후 1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8월 5일 조사(-0.15%)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미분양 물량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7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보다 12.1%(3374가구)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1509가구에서 지난 7월 4528가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공사가 끝나고도 분양되지 못해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기준 7388가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6% 늘어났다.

아파트 거래절벽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639건으로 집계됐다. 2006년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소치다. 전문가들은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아파트값이 추세적 하락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매물도 늘고 있어 가격 하락세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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