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란봉투법은 노조방관법…입법 중단해야" 우려

입력 2022-09-14 16:28   수정 2022-09-14 17:35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파업 사태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이나 가압류 요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법률 개정안(소위 '노란봉투법') 통과를 밀어붙이는 데 대한 경제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4일 국회에서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을 만나 "'노란봉투법'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6일 전 위원장 측에 해당 법안이 "노조에 면죄부를 주는 '노조 방탄법'이며 죄 없는 기업과 주주, 근로자에게 손해를 보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폭력·파괴행위도 면책 주장 과도"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민 형사상 면책 범위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를 대폭 넓히고 노조 교섭 대상인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라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틀어서 부르는 말이다. 2013년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노조 관계자들에게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서 47억원 배상 판결을 받자 노조원들에게 배상금에 보태 쓰라는 '노란봉투' 보내기 운동이 벌어졌던 데서 비롯했다.

국회 환노위원회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며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점점 더 세게, 더 강경하게 바뀌는 중이다. 최근 계류 중인 의안에는 아예 폭력이나 파괴 등 불법행위도 노조가 결정했다면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정안이) 모든 불법행위가 아니라 폭력이나 파괴 등은 제외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 8월31일과 9월1일 각각 추가로 올라온 강민정 의원(민주당)안과 양경숙 의원(민주당)안은 '폭력·파괴행위여도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라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 및 가압류를 제한한다'는 내용과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 및 노조 활동에 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처럼 하청노조 파업으로 원청이 손해를 입어도 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재계서는 벌써부터 '위헌'이라며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법행위를 아무리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사용자의 재산권과 영업권은 누가 보호하느냐는 취지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불법 행위에 대하여 노조가 한 것이라면 면책해 준다는 발상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120일 파업이 겨우 종결된 하이트진로의 경우 파업에 따른 손배 소송을 철회하는 대신 재발방지 약속을 화물연대에서 받아냈다"며 "노란봉투법이 이미 제도화된 상황이었다면 노사 간 합의의 물꼬를 트기는 커녕 파업이 장기화되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영국 사례를 들어 노조에 손해배상 요구를 과도하게 하지 않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인 듯이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반박도 쏟아지고 있다. 경총 및 전경련이 수집한 해외 법제 상황에 따르면 영국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상한선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개별 노조 구성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묻고 있다. 노조 재산에 대한 가압류도 가능하다. 독일과 프랑스 등 노조의 목소리가 강한 나라에서도 노조의 불법행위는 면책이라거나 손배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이준희 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은 "프랑스의 경우 1982년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입법이 있었으나 위헌 결정이 나서 시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현행 제도하에서도 손배소가 예상되는 데도 강성 파업을 벌이는 마당에,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한국은 불법파업 천국이 될 것"이라며 "손배소송 금지가 아니라 배상금액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정도라면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을 텐데 과도한 주장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연내 법 통과"
국회 과반의석(169석)을 가진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8일부로 당을 이끌게 된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직후 내놓은 22개 민생입법과제에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만큼 올해 정기국회 안에 법 통과를 시도한다는 목표다. 정의당도 노란봉투법 통과를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명의 위원 중 10명이 민주당과 정의당이다. 상임위 위원장은 물론 상임위 통과 전 단계인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위원장도 민주당이 맡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날 면담을 마친 후 "내주 초 노동자 중심 대책위원회와 만나서도 이야기를 들을 계획"이라며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국민의힘)과도 당연히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법안 통과에 훨씬 무게를 두고 있다는 뉘앙스가 뚜렷했다.

국회는 다음달께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해당 6개 법안을 통합 심사하는 형태로 대안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원내 고위 관계자는 “최대한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것”이라며 “최소한 합법 파업의 범위를 지금 보다 넓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은/이유정/하수정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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