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서 배터리 만들려던 테슬라, 보조금 주는 美로 유턴

입력 2022-09-15 17:46   수정 2022-10-15 00:01


테슬라가 “독일에서 자체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접고 미국 내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다.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정부의 ‘큰 그림’대로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대신 미국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가 독일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고 14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당초 테슬라는 지난해 초 문을 연 베를린 인근 전기차 공장에서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IRA에 서명한 이후 독일에 있는 배터리 제조장비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가 미국으로 눈을 돌린 것은 자사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서만 소비자들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4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핵심 광물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됐을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에 ㎾h당 3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 이 법안에 맞춰 테슬라의 모델Y 롱레인지 버전에 탑재되는 75㎾h급 배터리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면 생산 원가가 40% 절감된다고 번스타인리서치는 분석했다.

유럽의 높은 에너지 가격도 테슬라의 전략 수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등하자 배터리 제조 기반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정제공장도 미국에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측은 IRA 제정 직후 텍사스주 관계자와 접촉해 리튬 정제공장 부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엔 테슬라 본사와 전기차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다른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서둘러 자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지난달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차량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두 곳도 추가로 건설 중이다.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의 합작법인은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 세 곳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폐배터리 업체 수혜 기대
IRA 시행 이후 미국에선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신규 광물 채굴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래된 배터리를 분해한 뒤 화학공정을 거쳐 새로운 배터리로 재탄생시키는 스타트업에 투자가 쏠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환경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광물 채굴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폐배터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어센드엘리먼츠의 마이크 오크론리 최고경영자(CEO)는 “(IRA 시행 후) 고객과의 협상에서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며 “배터리 원료를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어센드엘리먼츠 등 미국 내 폐배터리 업체의 몸값도 뛰고 있다. 최근 SK에코플랜트 등으로부터 3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한 어센드엘리먼츠는 기업가치가 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회사는 10억달러를 들여 켄터키주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J B 스트라블이 이끄는 레드우드머티리얼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로 책정됐다. 지난해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피델리티 등으로부터 7억7500만달러를 유치했다.

하지만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가 이른 시일 안에 흑자전환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10여 년 뒤 1세대 전기차 배터리가 시장에 대량으로 풀릴 때까지 이들 업체는 노트북 등에 들어간 소형 배터리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WSJ는 “높은 비용과 초기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부 투자자는 폐배터리 업체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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