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군의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에 놓인 길은 암담해 보인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의 굴욕적인 패배를 받아들이거나 전력을 두 배 늘려 승리를 계속 좇는 두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우크라이나 군대의 사기가 높아지고 서방의 무기 지원이 강화돼 승전은 멀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힘겨운 전투 끝 승리를 자축할 만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성과가 가능하도록 동맹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푸틴이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동안 위험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푸틴의 다음 행보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전선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봄까지 수개월 시간을 벌 수 있다. 푸틴은 1년 더 재래식 전투를 하기 위해 그 시간을 대규모 징집에 쓸지 모른다. 하지만 전선이 안정되지 않거나 추가 징집에 대한 대중의 저항이 정권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느낀다면 보다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서방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푸틴의 핵 공갈을 용인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도덕적, 정치적 기반을 흔드는 비겁한 행동이다. 다른 핵무장 국가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핵우산 아래 두는 분명한 대응책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최대 핵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어렵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흔들려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은 NATO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국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이 미국을 향한 전쟁 선포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푸틴이 니키타 흐루쇼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길을 택한다면 바이든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처럼 일어서야 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hat if Putin Uses a Nuclear Weapon in Ukraine?’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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