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스토킹 살인

입력 2022-09-16 17:49   수정 2022-09-17 00:21

미국 캘리포니아 소도시의 방송국 DJ 데이브는 단골 바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에블린으로 인해 악몽처럼 끔찍한 일을 겪는다. 에블린은 데이브의 열성 팬이었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의도적 접근이었던 것. 데이브는 애인이 있다고 말했지만 둘은 관계를 맺게 되고, 그에 대한 에블린의 집착이 광기처럼 펼쳐진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자살 소동을 벌이고, 흉기로 공격하는 일까지…. 스토킹 영화의 원조로 꼽히는 할리우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1971년 감독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스토커의 공통점은 집착을 사랑이나 구애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 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게 어떤 행위를 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직장·학교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 등을 이용해 글·그림·영상·음향 등을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주거지나 그 부근에 두는 행위, 피해자 주변의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스토킹의 극단적 형태는 상대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다.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해사건, 같은 해 12월 송파구 피해자 어머니 살해사건 등 스토킹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순찰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커에 의해 살해당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두 차례나 기소됐고,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한 두 번째 사건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상태였다. 첫 고소 땐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두 번째 고소 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반의사불벌제’ 조항 폐지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감시 및 제재를 강화해 피해자 신변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하도록 돼 있는 경범죄 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 조항은 삭제하는 게 마땅하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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