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는 절대 하지 마라"…스타트업 대표 'Not To Do 리스트'는 무엇? [긱스]

입력 2022-09-22 16:04   수정 2022-09-22 16:42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경 긱스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묻다

책 <마지막 몰입>으로 유명한 작가 짐 퀵은 ‘To Do’(할 것)보다 'Not to Do'(하지 말 것)을 정해서 지키는 것이 평소의 삶이나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보지 말 것’이죠. 아침부터 불필요한 내용으로 뇌를 자극해 집중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창업과 기업 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지켜야 할 것'을 정하는 것보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찾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산전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겪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예비 창업자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한경 긱스(Geeks)가 물어봤습니다.




이승훈 링글 대표
“사업 초기 필요 이상 자금 투자받지 마라”

일대일 화상 영어 서비스로 유명한 링글의 이승훈 대표는 사업 초기에 필요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대표는 “적당히 가난한 상태(6개월 내 망하지 않는 수준의 현금 보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돈이 갑자기 많아지면 머리를 쓰지 않고 돈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 초기 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받은 스타트업이 주로 하는 실수는 △일시에 대규모 채용 △마케팅 예산 급증 △사무실 확장 이전 등이라며 초기 스타트업이 이 3가지에 돈을 쓰면 관리 포인트가 많아져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또 첫 투자 제의를 너무 빨리 수락하지 말라고 했다. 투자도 경험이 쌓여야 회사에 맞는 투자자와 건전한 투자 요건을 선별하는 시각이 생기는데 사업 초반 경험 부족으로 첫 투자를 잘못 유치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투자는 한 번 받으면 평생 가는 계약 관계이다. 고마운 마음이나 정에 이끌려 첫 투자 제의에 덜컥 응하지 말고, 일주일 정도 시간을 가지고 투자 유치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선배나 친한 벤처캐피털(VC) 의견을 들어보고 신중히 결정하기를 추천했다. 이왕이면 몇 곳의 제의를 받은 상태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또 사업 초반부터 서비스 개발과 마케팅 등을 외주에 의지하지 말라고 했다. 팀 내 서비스 개발이나 마케팅 핵심 업무 유경험자가 없으면 초기 팀원 중 한 명이 배워서 해보는 것이 외주를 쓰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내 일처럼 최선을 다하는 외주 업체가 드물 뿐만 아니라 외주에 의존하면 시행착오에서 비롯되는 노하우가 쌓이지 않고 업체 관리에 시간과 에너지만 빼앗겨 직접 실행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는 얘기다. 단, 세무, 법무 등 법인 관리 측면에서는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는 정부 지원사업을 적절히 활용하고 선배 창업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사업 초반에는 ‘리텐션(가입자 유지)’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입 후 이탈보다 서비스 재이용률이 높은 상황을 만들어 놓고 가입 및 첫 결제 증대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리텐션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마케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이대승 포트래이 대표
“창업 멤버 모두에게 똑같은 권한을 주지 마라”

인공지능(AI) 의료 스타트업 포트래이의 이대승 대표는 예비 창업자에게 “창업 멤버 모두에게 똑같은 권한을 주지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서 스타트업을 설립한다. 1인 창업은 버겁기 때문이다. 창업 멤버들은 ‘공동 창업자’라 불리며 각자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맡는다.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마케팅 담당, 영업 담당 등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회사 업무비 지출, 인사 등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블록체인 관련 회사를 창업하고 실패한 경험에서 체득한 회사 경영 노하우다. 이 대표는 “당시 회사 설립 초기에 회사 비용을 처리하는 원칙이나 관리하는 인력이 따로 없었다”라며 “회삿 돈을 각자 마음대로 쓰다가 회사 자금이 급속히 줄었다”고 말했다.

인력 채용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모르는 사람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확인해보니 다른 공동 창업자가 채용한 경우였다. 이 대표는 “한정된 인건비에서 필요한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인사 담당자 따로 없이 회사 운영진의 역할이 겹쳐서 발생한 낭비였다”고 설명했다.

창업 멤버의 권한과 역할이 모호한 것은 회사 지분 구성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상당수 스타트업 창업 멤버의 지분율은 모두 비슷하다. 회사를 만들고 키우는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공평한 회사 지분 분배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회사 경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중요한 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하는데 교착 상태에 빠지기 쉽다”며 “누군가 치고 나가면 되는데 서로 지분율이 비슷해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회사 설립 당시 상황을 따져 대표 등 특정인의 지분율이 가장 높을 때 업무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분 관련 계약서를 허술하게 작성하지 마라’도 예비 창업자가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이 대표는 “회사 지분 30%를 가진 공동 창업자가 회사가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했는데 회사가 해당 지분을 회수하지 못해 곤란한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확장성 없는 일을 소홀히하지 마라”

글로벌 알람앱 알라미를 만든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확장성 없는 일을 소홀히 여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제품을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발적이거나 인력과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업무도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다. 홍보와 CS(Customer Service)가 대표적인 예다.

신 대표는 “많은 창업자들이 홍보를 통해 사용자를 늘리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는 일이 노력 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발로 뛰면서 홍보하고, 사용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을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스타트업 창업자 중엔 엔지니어 출신이 많은데, 견고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홍보와 고객 커뮤니케이션 등을 포함한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창업자들이 생각하는 고객 서비스의 기준은 자신이 고객일 때 겪었던 대기업의 방식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스타트업의 방식은 이와는 달라야 한다. 신 대표는 “팀 쿡이 맥북 구매자에게 손편지를 보내진 않지만, 작은 기업에선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일정 사용자 규모를 달성할 때까지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해 제품을 알렸고, 사용자 리뷰에 일일이 답장했다”며 “초기 스타트업엔 사용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고 했다.

신 대표는 알람앱을 알리기 위해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콜드메일’을 보내면서 회사의 초석을 다졌다. 이중 글로벌 미디어 씨넷의 한 기자가 관심을 가졌고, 무료로 ‘악마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며 알라미를 소개했다. 씨넷 보도 후 다양한 글로벌 매체에 알라미가 소개됐고 이를 계기로 이용자가 수만 명 늘었다.

사용자가 늘어난 뒤엔 제품에 대한 소감과 개발 요청이 메일로 오기 시작했다. 신 대표는 일일이 답장을 보냈고, 유의미한 피드백들은 제품에 반영해 나갔다. 오류에 대한 불평이 올라오면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신 대표는 “창업자는 초기 사용자를 공들여 확보하고 이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장원 콘텐츠테크놀로지스 대표
“기업 밸류에이션에 집착하지 마라”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기반 '컴퍼니빌딩'을 하는 콘텐츠테크놀로지스의 이장원 대표는 이제 막 시작한 창업자들을 향해 "기업 밸류에이션에 대한 집착은 '독'이 된다"며 "밸류에이션에 연연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학 2학년 때 이미 서울대 음식배달 서비스 샤달을 시작으로 악보 거래 플랫폼 마피아컴퍼니, 음원 IP와 금융을 결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비욘드뮤직매니지먼트를 설립한 연쇄 창업가다.

많은 창업자가 밸류에이션에 자신의 에고를 연동시키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밸류에이션은 엑시트 단계에나 중요하지, 그전까지는 지분율을 얼마나 희석하느냐를 계산할 때 필요한 숫자일 뿐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더 좋은 벤처캐피털(VC)을 만나는 기회를 잡아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창업 초기에 전략적 투자자(SI)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하라"고 했다. 창업 초기일수록 자칫 SI에 너무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드부터 시리즈 A 단계까지는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투자받고, 충분히 체력적으로 커졌을 때 SI와 손잡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SI 투자금을 받더라도 FI를 함께 참여시키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SI는 기업 밸류에이션을 후하게 매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시장 전반의 평가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SI와 FI를 함께 참여시키는 게 다음 라운드에서 적정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금융'을 잘 아는 창업가라고 말한다. 그는 "펀드레이징도 일종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꽤 즐거운 과정"이라며 "누구로부터 어떤 구조로 자본을 어느 타이밍에 조달해야 회사의 성장 레버리지로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주동원 자이낸스 대표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시장은 ‘따라가는 것’입니다.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은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아기 유니콘(잠재적 유니콘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에 선정된 자이냅스의 주동원 대표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다각도 서비스를 검토했다. 지난 3월 통합 플랫폼 형태로 출시된 자이냅스의 AI 성경낭독 서비스 ‘바이블리’도 그중 하나였다. 그가 “초기 창업가의 반은 자신이 서비스를 내놓으면 사람들이 쓸 것이란 최적의 경우만을 생각한다”며 “실제론 창업가가 소비자 마음에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자이냅스는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AI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한 오디오 성경을 선보였다. 170만 자 분량의 성경 내용을 실제 목사의 음성 데이터에 기반해 약 40분 분량으로 만들어냈다. 주 대표는 “목사님 목소리라면 일반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해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과 달랐다”며 “실제로 성경을 읽게 하는 주체는 목사님이었고, 일종의 기업 간 거래(B2B)처럼 교회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정해진 해답이었다”고 설명했다.

자기 확신이 없으면 투자받지 말라고도 했다. 자이냅스는 2017년 창업됐다. 국내서 본격적 ‘AI 붐’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자연히 사업을 펼칠 때마다 투자자 반대가 심했다. 주 대표는 “AI 음성 엔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 3년 전인데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익숙한 사업군이 아니었다”며 “사업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대표고, 강한 확신이 흔들리지 않는 사업 방향과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 노고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면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주 대표는 “창업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며 “힘들고 외로웠던 경험을 거치고 나면 대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했다고 착각하게 되는데, 함께 했던 동료들을 떠나가게 하는 주요 이유”라고 했다. 적절한 보상과 함께 직원들 성과를 인정하려는 노력만이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는 해법이라고 전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투자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믿지 마라”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는 투자 유치와 관련해 “법인 계좌로 투자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기업설명회(IR) 단계에서도 섣불리 투자를 받았다고 확신하지 말고, 구두로 투자 결정이 나더라도 돈이 들어오기까지는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대표는 "호의적인 IR 미팅을 1~2번 하게 되면 많은 창업자들이 투자를 받게 될 거라는 착각을 할 수 있다"며 "투자사에서 긍정적인 다른 사례를 말하고 좋은 미팅 매너를 보인다고 투자 결정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구두로 투자 결정이 나도 확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여러 서류 작업이나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결정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투자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투자 계약서는 보통 법적인 책임이나 구속력이 없는 상태이므로 회사로 투자금(발행하는 신주의 주식 매수대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업 초기에는 자금 계획을 보수적으로 짤 것"을 조언했다. 창업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 계속 생기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 돈이면 12개월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운영해보면 7~8개월 정도 가능하다”며 “최소 3년 정도의 자금 계획을 세우고, 창업자 머릿속으로 ‘이 자금으로는 2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 역시 예상치 못한 지출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적자인 상태에서도 매출이 있다면 분기별로 부가세를 내야 하는데 그는 이를 모르고 예산을 짰다가 낭패를 봤다고 한다.

이어 창업자의 최소 급여도 꼭 예산에 넣으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내가 월급을 안 받고 아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대표나 공동창업자들이 급여를 줄이거나 받지 않으며 버텨보지만, 막상 실제로 겪어보면 더 처절하고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
“개발에 오랜 시간 쏟지마라”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의 신범준 대표는 “개발에 너무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아이템이 시장에 적절히 맞아 떨어지는지를 뜻하는 ‘프로덕트 마켓 핏(PMF)’을 빨리 검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만들더라도 적합한 시장이 없다면 망한다는 게 그의 기조다. 최소기능제품(MVP)을 빠른 시간 안에 구현해 창업자가 생각한 사업의 가설을 시장에 ‘던져’ 놓으라고 했다.

피스가 그런 사례다. 처음엔 개발자조차 없었다. 불과 5개월 만에 MVP를 만들었다. 지난해 처음 피스가 세상에 나왔을 땐 앱조차 없는 웹사이트 형태의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명품을 조각투자로 살 수 있다는 신선한 사업모델이 시장에서 통하며 ‘히트’를 쳤다. 회사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첫 상품인 롤렉스 시계 조각투자 포트폴리오는 30분 만에 완판됐다. 신 대표는 “최근의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1년만 늦었어도 이렇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사업모델이 좋으면 개발 수준이 당장 조금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무분별한 인력 채용을 경계하라고 했다. 회사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사이닝 보너스를 과도하게 지급하거나, 억대 연봉을 제시해 개발자를 영입하는 것에 신중히 접근하라는 의미다. 자금 경색 등의 변수가 많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금 보유 비율을 높여아 하는데, 인건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바이셀스탠다드의 직원은 18명이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이 되더라도 직원 수를 100명 이하로 유지할 계획이다. 대신 한 번 들어오면 직원들이 나가기 싫어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했다. 신 대표는 “직원이 많아지더라도 이 중 10~20% 정도는 근무 태만 인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대체 불가한 인력들만 최소한으로 채용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는 게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피봇할 때 의리로만 판단하지마라"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피봇(스타트업이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것)할 때 모든 직원들을 다 의리로 끌고가려고 하지 마라"고 했다. 고 대표는 창업 초기의 사업모델이었던 3D프린터 제조업에서 2020년 제조 전문 매칭 플랫폼으로 피봇했다. 그는 "피봇 과정에서 처음 팀 빌딩했던 멤버들과 함께 가려고 했고, 멤버들도 끝까지 나와 함께 가주려고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다"며 "하지만 이게 대표로선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고 지금은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플랫폼 사업으로의 피봇을 결정한 배경은 3D프린터 사업을 하면서 제조업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조에 전문성이 있는 팀원들이 모두 정보·기술(IT) 역량이 중요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3D프린터 제조업을 완전히 놓지 못하고 새로운 사업과 함께 병행했던 기간이 3~4년이나 됐다. 플랫폼 사업과 제조업 중간에서 애매하게 걸치고 있다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시간들이었다.

고 대표는 "3D프린터 전문가들을 모시고 플랫폼 사업을 해보자며 끌고 갔던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아주 훌륭한 역량을 가진 팀원들이어도 사업모델이 전환되면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에 대해 투명하고 솔직하게 내놓고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같은 팀이니까, 우리 의리가 있으니까 같이 하자'고 갔던 게 돌이켜보면 아쉬운 일"이라며 "훌륭한 팀원들의 시간을 너무 낭비했고, 투자자들에게도, 고객에게도 잘못했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따라왔던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고 대표는 "당시 멤버들은 지금은 대부분 회사를 나가서 다른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며 "이렇게 훌륭한 역량을 갖춘 분들을 내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다는 자책감이 컸다"고 했다. 고 대표는 "사업하려고 모였으면 사업적인 관점에서 일 중심으로 판단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홍주영 라포랩스 공동대표
"작은 시장에 집착하지 마라"
"첫 술에 배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4050 여성 전문 패션 커머스 '퀸잇' 운영사 라포랩스의 홍주영 공동대표는 "작은 시장에 집착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더라도 시장의 크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퀸잇 역시 중년 여성층이란 큰 시장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언뜻 보기에 통할 것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결국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 공동대표 역시 시장 설정 실패로 쓴잔을 마셨던 경험이 있다. 그는 최희민 공동대표와 대학 시절부터 세 번이나 스타트업을 차렸다. 경제뉴스를 큐레이팅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게 첫 창업이었다. 다만 뉴스레터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추세가 아니어서 회사의 덩치를 불리기엔 쉽지 않았다. 또 '흙 없는 화분'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업도 했다. 역시 화훼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 탓에 사업을 접었다.

그는 이런 점을 고려해 "첫 아이템이 성공할 거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고 덧붙였다. 아이템이 실패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팀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피봇을 여러 차례 하는 게 성장할 확률이 높다는 게 그의 말이다.

팀원들도 '우리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들로 모으라고 했다. 홍 공동대표는 "특정 아이템에 꽂혀서 팀원을 모았는데 그 아이템이 실패하면 팀 전체에 동기부여가 떨어져 퇴사자가 속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정 기간 동안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망한 뒤 다시 일어서는 것을 반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로가 잘 아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
"Never give up! 포기하면 그 다음이 없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1호 스타트업 렌딧을 창업한 김성준 대표의 표제어는 Never Give Up'이다. 후배 창업가들에게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가 창업을 하면 여러가지 변수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러한 변수들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의 미덕과는 거리가 있는 인내, 끈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 그가 실리콘밸리에서부터 몸소 겪은 창업 경험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이전에도 두 번의 창업 경력이 있는 김 대표에게는 수차례 위기가 있었다. 그의 두번째 회사인 '스타일세즈'를 경영할 때가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리던 스타일세즈는 사업 확장을 하며 위기를 겪었다. 자본금은 떨어지고 함께하던 팀원들은 떠났다. 한마디로 실패한 것. 그때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3000만원만 빌려서 다시해보자'는 마음으로 미국 금융권에서 대출을 알아봤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는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사이 중간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곳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2015년 한국에서 렌딧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단기간에 유명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도 받았고, 실리콘밸리 유명 기업에서 인수 제안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다"며 "실패를 예측할 수 없었고, 그 실패가 또다시 렌딧의 창업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포기하지 않고 당시에 놓인 문제 해결에 집중한 결과, 그 다음을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단순히 ‘성공’을 위해서라기보다, 본인이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나 관심이 많은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도 조언했다. "성공을 좇다 자신이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아 계속해서 모색하고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
"불편함을 참지 마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예비창업자들이 "불편함을 참아선 안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나 자신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직접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게 좋다"고 했다.

어떤 문제에 진심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해결하기 원해야 창업한 후에도 진심을 다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다. 김 대표가 창업한 계기도 한국에서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식료품 장을 보는 게 너무 불편해서였다. 김 대표는 채소, 고기, 과일 등 품목별로 품질이 좋은 곳을 체크해두고 장을 보러 다닐 정도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신선식품의 경우 택배를 받는 시간과 퇴근 시간의 차이가 클수록 신선도를 잃는 문제가 있었고 이 부분을 자신이 해결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일상에서 느낀 개인적 불편함을 주위에서도 동일하게 겪는 것을 확인한 뒤 좋은 식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가정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당장의 성과에 조급해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에 급하게 서두르다가 실수하는 창업자가 많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엔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초조함과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이로 인해 대표가 흔들리게 되면 회사 또한 방향을 잃고 표류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역시 창업 초기엔 힘든 시기를 보냈다. 더딘 성장을 보는 게 힘들었고 '이런 성장속도로 내가 꿈꾸던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 대표는 당장 주어진 오늘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에 대한 결과는 한달에 한번 정도만 보는 식으로 조급함을 다스렸다. 그는 "당장의 극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기보다는 멀리 보고 스스로를 차분하게 다스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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