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기행첩', 강세황 작품 아니다"…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 주장

입력 2022-09-20 16:40   수정 2022-09-20 16:43

국립박물관 소장 '송도기행첩'은 조선 후기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1713-1791)의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강세황이 송도 지방을 여행하면서 사생한 작품들로 이뤄진 이 화첩은 파격적이면서도 개성적인 필치로 한국회화사에서도 손꼽히는 수작 중 하나이다. 그런데, 최근 이태호 명지대학교 석좌교수가 '송도기행첩'은 강세황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화전문지 '월간민화' 8월호·9월호 '이태호 교수의 미술사여담'에 게재한 기사를 통해 “'송도기행첩'을 그린 이는 강세황이 아니다. 이를 확인하는 과정은 나에게도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회상하며 “오히려 이제는 '송도기행첩'을 그린 화가를 찾아 새로운 거장으로 등극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교수는 강세황이 '송도기행첩'을 그리지 않았다는 첫 번째 근거로 화첩 17면의 후기를 들었다. 후기는 7언시 형식으로, 화첩을 소장한 오씨 아우 오제’로 시작한다. 오씨는 이 화첩의 소유주이던 오수채의 후손으로 추정된다. 강세황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 글에 강세황의 낙관이 없다는 점과 후기의 끝부분에 있었을 인장 부분이 잘려져 나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오려내는 바람에 '송도기행첩'이 강세황 작으로 둔갑한 것이다. 후기 중간에 ‘화공 그림’이라 표현한 대목이 특히 주목된다. 이는 결정적으로 '송도기행첩'이 강세황의 작품이 아닌 근거로서 당시 개성부 소속화원이 그린 것으로 짐작케 한다.


화첩 어디를 보아도 표암이 그렸다는 서명이나 낙관이 보이질 않는다. 여행차 다닌 실경 명소에 대한 구체적인 시문이 없는데, ‘박연에 다녀온 뒤 박도맹이 그림을 요청하자 병풍을 만들어 그려주며 그림에 7언시 한수’를 써준 사례가 유일하다.

또한 조심스런 피마준법을 중심으로 담묵담채의 남종산수 화풍을 구사한 강세황의 기존 작품과는 달리 '송도기행첩'에서는 강세황이 구사했던 선묘법 등과는 크게 다른 입체화법이 눈에 띈다. 투시도법을 어설피 시도한 부분 역시 강세황의 기존작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1788년 '풍악장유첩'(국립중앙박물관)에 표현된 강세황의 '회양관아도'를 보면 건물들의 사선 배치가 한 시점으로 일목요연하다. 강세황이 투시도법을 익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대흥사도'의 경우 일점 투시도법을 적용했는데도 그림이 많이 어색하다.



그 외 이태호 교수는 송도 그림이 실린 '송도기행첩'의 표지명이 내용과 관련 없이 ‘표암선생 유적’이라는 점, 표지는 낡은데 반해 화첩 내부는 깨끗한 점 등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호 교수는 “당시 개성 유수로 '송도기행첩'을 주관한 오수채의 작품이거나 개성에 파견된 도화서의 작품으로 추정한다. 그린 이가 누구이건 '송도기행첩'은 조선 후기 문화사에서 별종의 존재가치를 지닌 명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당대 회화의 주류 맥락과 연계되지 않은, 멋대로 구사한 서양화법이 가장 눈길을 끈다. 타문화 형식을 새로이 수용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솔직히 드러내고, 자기 솜씨대로 송대 지형과 어울려낸 개성미야말로 '송도기행첩'을 그린 작가의 매력포인트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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