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PF 금리 年10%, 연장땐 20%…"대출은 끝났다" 주택사업 포기 속출

입력 2022-09-21 18:19   수정 2022-09-22 02:11


서울 영등포구에서 500실 규모 오피스텔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시행사의 A대표는 최근 저축은행으로부터 ‘내부 규정 변경으로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A대표는 “한 달 전 36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승인이 났는데 이제 와서 이유 설명도 없이 안 된다고 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권의 PF 대출 옥죄기에 부동산 개발 시장이 아우성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PF 대출을 해주던 금융권이 하반기부터 급격히 돈줄을 죄면서 시장에서 일대 혼란이 일고 있다. 대출 심사를 거절하거나 금리를 크게 높이고, 대출 연장 시 부분상환을 요구하는 등 지난해까지 볼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며 “금융감독원의 자본건전성 강화 방침이 대출 규정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사 “돈 되던 PF가 이제 최대 리스크”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전국 주택 착공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8만3737가구의 주택이 착공했지만 올해(7월까지)는 착공 실적이 22만3082건에 그치고 있다. 미분양 주택 수는 같은 기간 1만4864가구에서 3만1284가구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급격히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에 금융권은 PF 대출에서 줄줄이 발을 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총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게 금융당국 지침인데 대출 한 건에 수백~수천억원이 들어가는 PF 대출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공격적으로 PF 대출을 하던 증권사, 저축은행 등도 몸사리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D증권사 PF담당 임원은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증해 PF 대출 사업장의 사업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감독당국도 금융사의 PF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은 4.9%로 2019년 동기의 1.3% 대비 크게 높아졌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는 게 지상 과제”라며 “미국 부동산 시장도 사업성이 악화되는 상황이라 요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채권 투자나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우량 사업장은 PF 대출해줘야”
부동산개발은 돈 가물에 연쇄 좌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900가구 규모 아파트용 토지를 매입한 부동산 개발업체의 B대표는 최근 대출 연장을 신청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해당 은행은 땅 구입자금 등 개발 사업 초기자금으로 단기 대여한 ‘브리지론’의 연장 이자로 연 20%를 요구했다. 그는 “20% 이자율은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우량·비우량을 가리지 않는 PF 대출 중단은 자칫 개발사업 좌초를 넘어 금융권 PF 부실과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을 낳을 수 있다. 일각에선 토지 매입을 위한 브리지론을 실행한 뒤 만기 때 PF 대출로 갈아타지 못하는 토지는 부실채권(NPL)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금력을 갖춘 국내 상위권 디벨로퍼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무리해서 개발사업을 할 시점이 아니다”며 “실탄을 들고 있다가 연말이 지나 택지가 헐값에 나오면 그때 싸게 매수해서 건물을 올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F 대출 ‘돈맥경화’가 심화하면 연간 50만 가구의 주택 공급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PF를 통한 개발사업은 통상 2~3년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공급물량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를 통해 우량한 사업장에는 신규 PF 대출의 물꼬를 터줘야 향후 급격한 공급 경색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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