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車 차별 IRA, 오히려 미국에 毒 될 것"

입력 2022-09-22 18:21   수정 2022-09-23 01:52

헨리크 홀로레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운송총국장(국토교통부 차관 격)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의 전기차 전환에 오히려 해로울 것”이라며 “모든 옵션을 고려해 차별적인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IRA 대응을 두고 한국과의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EU 고위 당국자가 이와 관련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3~17일 ‘한·EU 고위급 교통협력회의’ 참석차 방한한 홀로레이 총국장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불행하게도 IRA는 지역의 (정치적인) 요구사항에 따라 차별적인 보조금 조건을 포함했다”며 “외국 제조업체가 전기차 전환에 기여하기 어렵게 만들어 현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미국의 ‘녹색 전환’에 오히려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그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미국이 외국산 전기차를 차별하지 않도록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IRA를 가장 제한적인 방법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게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차별 조항을 수정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IRA는 WTO 규정 위반…전기차 보조금 동등하게 줘야"
헨리크 홀로레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운송총국장(사진)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한 보조금은 전기차 수요를 견인하는 데 중요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고 많은 EU 회원국 또한 이를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보조금 제도는 왜곡되지 않고 공정해야 하며 특히 외국과 국내 공급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IRA가 자동차와 배터리, 에너지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EU와 한국의 우려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홀로레이 총국장은 ‘세계가 점점 자국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질문에 “한국과 EU는 모두 다자주의 틀 안에서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라며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세계적인 협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홀로레이 총국장은 4박5일의 방한 기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과 모빌리티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현대차와는 수소 교통과 항공모빌리티를, 삼성전자와는 5세대(5G) 기술과 이를 적용한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했다”며 “EU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 기업들이 유럽의 미래 모빌리티를 친환경적이고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추켜세웠다.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던 각국 정부가 자동차업계 반발에 후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독일이 친환경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하는 등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홀로레이 총국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논쟁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에겐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자신의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소비자에게도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운산업의 본고장 유럽의 교통정책을 책임지는 그는 해상 공급망 경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자체도 문제지만 각국 정부와 항만이 물동량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최근 늘고 있는 컨테이너 분실과 하역 지연 등이 그 결과다. 홀로레이 총국장은 “수년 후엔 유럽에서 육로를 통해 중국으로 가는 ‘미들 코리도’(뉴실크로드라 불리는 프로젝트)가 실현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글로벌 물류 차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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