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천 관객 사로잡은 홍석원·한수진의 하모니"

입력 2022-09-25 18:25   수정 2022-09-26 00:39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기획한 ‘한국을 이끄는 음악가 시리즈’의 네 번째 공연이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2대 음악감독을 지낸 지휘자 홍석원이 이끌었다.

이번 공연은 올 들어 질적·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광주시향 음악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홍석원이 만났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15세에 출전한 세계적인 권위의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수상(2등)이자 일곱 개의 부상을 거머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더해졌다. ‘홍석원+한수진+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빚어낼 화음에 대한 기대는 80%가 넘는 유료 객석 점유율(R석 기준)로 나타났다.

공연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시작했다. 조용하게 시작하지만 갑자기 큰 도약을 보이는 등 범상치 않은 극적인 움직임은 이 오페라가 대단히 유쾌하고 풍자적이란 것을 내포한다. 이런 음악적 특징을 오페라 본편의 특성과 연결해 해석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휘자는 이 곡의 극적인 표현들을 놓치지 않았다. 셈여림의 대비를 강조하면서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음악적 충격을 충실하게 전달했다. 연주 내내 오페라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소동을 압축해 보는 것 같았다. 여기에는 일사불란하게 연주한 현악 파트의 공이 컸다.

이어 한수진의 협연으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가 연주됐다. 이 곡은 1악장과 2악장이 음악적으로 쉬지 않고 연결된다. 이는 고전주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가려는 19세기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다. 낭만주의 음악을 많이 연주해 온 한수진에게 이런 시대적 언어는 모국어와 같았다. 1악장은 격정적인 ‘보잉’(현악기의 활을 다루는 방법)으로 비극을 표현했고, 2악장은 ‘비브라토’(음을 위아래로 가늘게 떨어 울리는 기법)로 아름다운 추억을 노래했으며, 3악장은 밀도 있는 음향으로 삶의 환희를 찬미했다.

한수진은 이런 낭만적 시나리오를 통일된 음색으로 들려줘 객석을 가득 메운 2000여 명의 관객으로부터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특히 1악장 카덴차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관현악보다 조금씩 앞서나간 탓에 구조적으로 소리가 늦게 발현되는 목관악기와의 조화가 완벽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공연 후반부를 채운 곡은 클래식 음악의 대명사인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었다. 극단적으로 단순하면서 어떤 곡보다 다채로운 역설을 품고 있는 이 곡은 그만큼 고통스러우면서도 더 큰 희열을 가져다준다. 최근의 연주 경향은 아픔을 날카롭게 전달하되 마지막에는 화려한 축포를 터뜨리는 형식이 많다.

홍석원과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이런 최근의 해석을 잘 살려 연주했다. 1악장은 빈틈이 보이지 않는 음향의 연속으로 박진감 넘치는 진행을 들려줬다. 팀파니의 적극적이면서 앙상블에 녹아드는 타격도 매력적이었다. 2악장은 1악장과 대조적으로 한껏 여유를 즐겼다. 로맨틱한 감성을 담아낸 현악기의 음향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줬고, 그 속에서 목관의 음색은 꽃향기와 같이 피어올랐다. 3악장은 트리오 부분의 일사불란한 푸가가 인상적이었으며, 4악장은 트롬본 세 대의 팡파르가 전체 관현악과 조화를 이루며 승리를 넘어 공존과 화합의 기쁨을 전했다.

하지만 목관 앙상블의 균형이 완벽히 들어맞지 않은 점, 현악기의 음색이 하나의 소리를 지향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홍석원과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운명’은 수없이 연주되고 있는 이 곡이 왜 계속 연주돼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줬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다음달 5일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등을 연주한다. 다음 공연에선 얼마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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