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년차 직원이자 스타트업 대표입니다"

입력 2022-09-26 15:16   수정 2022-09-26 15:40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나도 창업을 해볼까.’ 직장인들이 동기·선후배와 으레 하는 얘기다. 대부분 업무 시간 공상으로 끝나기 십상이지만 이를 적극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미래 성장 잠재력을 안에서 찾겠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 7월까지 총 네 개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BM)을 마련해 독립법인으로 정식 분사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 분사한 스타트업 얼롱의 김소연 대표는 1996년생으로 2020년 상반기에 LG유플러스에 입사한 지 3년만에 자기 사업을 열게 됐다. 김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대학 시절 정보통신기술(ICT) 창업 관련 내용을 주로 공부했는데 기업에 들어와 이를 구체화할 기회가 생겼다”며 “얼롱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 나들이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서비스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얼롱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마당을 빌려주는 공간 중개 플랫폼 ‘마당스페이스’를 운영한다. 반려동물이 홀로 남겨지는 게 아니라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아 ‘얼롱·Along’을 기업명으로 택했다.

김 대표는 LG유플러스 동기지간으로 얼롱을 공동창업한 김다인 얼롱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각각 실생활에서 느끼던 불편점에서 서비스를 착안했다. 김 대표는 10년째 개를 키우고 있고, 김 COO도 유기견을 입양해 기르고 있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 같은 존재인데, 정작 휴일을 함께할 수 있는 즐길 공간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사업팀에서 일하던 중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8주간 지원자를 선발하고 사업 모델 등을 6개월간 검증한 뒤 4주 평가를 거치는 과정이다. 김 대표는 “신사업팀 소속이다보니 새로운 서비스 구상이나 서비스안 피칭(발표) 등이 익숙했다”며 “일단 선발된 뒤엔 본업에서 빠져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매 단계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사내 BM 검증, 외부 엑셀러레이터의 자문 등을 거치면서 처음 제출한 사업 계획을 상당폭 틀었다. 김 대표는 “당초엔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식당·카페를 추천하는 플랫폼을 표방했다”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차별화된 이용자 경험을 낼 수 없어 공간 임대 쪽으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피봇’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지원을 이었다. 얼롱 팀은 회사의 지원을 받아 지난 1월 테스트 서비스에 나섰다.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빌리고 예약 사이트를 만들어 광고를 하자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테스트기간 전일 예약이 마감됐다. 얼롱 팀은 이 기간 얻은 데이터로 서비스를 보완해 지난 4월 정식 웹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나만의 넓은 공간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이들이 서비스를 찾고 있다”며 “기존 펫 카페 등이 일부 있지만 이를 편히 쓸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와 개를 같이 키우는 가정은 놀러갈 수 있는 곳이 특히 적습니다.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는 ‘펫존’ 공간은 대부분이 아이 출입을 불허하는 ‘노키즈존’이고, 아이를 데려갈 수 있으면 반려동물은 출입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서비스는 공간 주인에게도 효용이 크다. 마당만 빌려주는 식이라 건물 내부를 손님용으로 관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김소연 대표는 “수도권 외곽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위치해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단독주택 소유주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이불 관리 등 ‘본격적인’ 서비스를 하지 않고, 유휴 시간만 내도 공간 임대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롱은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LG유플러스의 ‘후속 케어’를 받고 있다. 채용·세무 회계·계약 등 관련 법률적 사안과 마케팅 등 초기 스타트업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들을 지원한다. LG유플러스의 마곡 사옥 사무실도 사무 공간으로 제공한다. 김 대표는 “지원을 받고 있지만 각 사안에 대해 LG유플러스가 관리 감독을 하진 않는다”며 “서비스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사업 운영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사내 벤처 분사에 대해 ‘직원들이 원할 경우 2년 내에 본사로 복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 LG유플러스가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할테니 초반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사업에 집중하라는 취지에서다.

김 대표는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이를 마음 속 선택지로 두고 있진 않다”며 “절벽 끝에 선 마음으로 치열하게 노력해야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내벤처 프로그램 과정 중에도 ‘월급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며 “첫 반 년은 항상 첫차를 타고 출근해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고 덧붙였다.

얼롱은 다음달엔 앱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LG유플러스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도 낼 전망이다. LG유플러스의 구독 서비스나 데이터 기반 마케팅 서비스 등에 얼롱을 연계하는 식이다. LG유플러스와 함께 반려동물 가구 데이터도 모으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차세대 신사업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인 펫 사업과도 협업할 여지가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김소연 대표는 “사내 벤처로 시작해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양사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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