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난방' 준비하는 보일러社…탄소중립 걱정없는 이유

입력 2022-09-29 14:28   수정 2022-09-29 15:00


보일러업계가 '탄소중립'시대에 대비하기위해 수소보일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역시 수소 난방시대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사들이 경쟁력을 가진 히트펌프가 '수소보일러 전환기'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소난방 구축 첫발 내딘 英...국내 콘덴싱 가스보일러社에 기회
29일 보일러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최근 영국에서 판매 중인 기존 친환경 콘덴싱가스보일러에 대해 '수소 레디'인증 시험을 통과했다. 이는 수소가 20% 혼합된 도시가스에도 정상 작동하는 안전한 보일러라는 인증이다. 국내 유일하게 영국에 보일러를 수출하는 기업으로 기존 판매된 보일러도 수소 혼입 가스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영국은 2025년 도시가스 배관을 통해 수소 20%를 기존 액화천연가스(LNG)에 섞어 공급하는 난방 분야의 탄소중립을 전세계 최초로 시도한다. 수소가 20%섞이면 현재 콘덴싱 가스보일러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은 20%감소하고 질소산화물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를 토대로 2045년까지 수소 100%를 공급하는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 현재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모두 콘덴싱 수소보일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대부분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도시가스에 수소 20%를 혼입하더라도 정상 작동되며, 수소만 100% 공급되더라도 간단한 장치 변환만으로 작동이 가능하다"며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가 수소경제 시대에도 중요한 난방 플랫폼으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혼입 시 문제없는 가스보일러...경동 린나이 등 100%수소제품 개발 박차
영국, 독일 등에서 본격화된 수소를 통한 난방분야의 탄소중립이 국내에서도 연구가 한창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 20%를 혼입하는 실증연구를 시작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2026년까지 기술을 상용화하고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해 수소 혼입을 제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에서 수소 20% 혼입을 시행하면 연간 탄소 발생 750만톤을 절감할 수 있다. 30년생 소나무 8억2000만그루 이상을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또한 150조원으로 예상되는 수소 배관망 건설 비용을 별도로 투입하지 않고도 기존 배관만으로도 탄소배출 저감 실현이 가능해 충분히 경제적이라는 평가다.

친환경 콘덴싱 가스보일러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무탄소' 수소난방 시대에 가장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된 보일러는 1700만대로 가스보일러가 88%, 기름보일러가 11%, 나머지 1%를 팰릿보일러, 히트펌프보일러 등이 차지하고 있다. 가스보일러 가운데 30%(약 450만대)는 기존 보일러보다 탄소배출이 18%, 질소산화물 배출이 88%절감되는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다. 정부가 수소 혼입을 20%가량 시행하더라도 기존 콘덴싱 가스보일러는 그대로 쓰면서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 수소 비중이 100%로 높아지더라도 보일러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난방과 온수를 위한 물을 데우는 과정에서 기존 도시가스와 공기 간 연소 조건 비율을 수소의 특성에 맞게 바꿔주면 되기 때문이다. 설치기사가 방문해 부품만 교체하면 된다. 보일러업계는 수소보일러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일본 린나이는 지난 5월 수소 100%로 가동하는 가정용 보일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실증시험 중이다. 경동나비엔은 KAIST 등과 산학 협력을 통해 콘덴싱 수소 보일러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귀뚜라미와 대성쎌틱 역시 수소보일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히트펌프 대안될까...환경부 "국내 주거 여건상 불가능"
다만 수소 100%로 가동하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가 시장에서 제대로 안착할 때까지 장시간이 걸려 그 사이 에너지효율이 높은 히트펌프가 탄소중립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히트펌프는 냉매를 이용해 공기 물 지열 등 외부 열을 실내로 끌어오는 방식으로 냉난방이 동시에 가능한 장치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신축 건물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 설치를 금지하는 대신 히트펌프를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보일러로 완전히 전환하기 전 과도기 정책 차원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뛰어난 히트펌프 제조 기술을 갖고 있어 보일러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신 건조기를 통해 발전시킨 히트펌프 기술을 통해 기존 기술적 단점을 극복할 경우 기존 보일러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와 대성쎌틱도 히트펌프를 만들고 있지만 시장 수요가 작아 매출 비중도 낮다.

환경부는 히트펌프 대중화가 국내에선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영국도 최근 히트펌프 등이 가스보일러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 보고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히트펌프는 설치 면적이나 비용 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아 우리나라에서 기존 보일러시장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보일러업계에 따르면 가정용 공기열 히트펌프의 경우 설치비용은 가스보일러의 4~5배다. 설치에 필요한 면적 역시 히트펌프는 별도의 공조장치와 온수탱크가 필요해 이를 모두 합치면 기존 최신 보일러 설치 면적(0.12㎡)의 40배(4.73㎡)에 가깝다. 이는 아파트내 설치된 실외기실 면적(1.4㎡)의 3배 수준이라 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에선 제도적 제한도 많다. 대부분 히트펌프가 상업용으로 설치됐고 가정용으로는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에만 가능한 이유다. 또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선 일부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 온돌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 선호도 등 한계가 많다는 게 보일러업계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존 난방방식(가스보일러 중심)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낮추는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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