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수수료 0"…온투업에 뛰어든 인터파크 창업자 [긱스]

입력 2022-10-05 03:00   수정 2022-11-01 15:39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출 영업을 하는 모든 금융회사의 핵심 수익원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 더 큰 범위에선 순이자마진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그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그 차이를 이익으로 거두는 구조다. 대출 중개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 회사의 기본 수익원은 수수료다. 대출을 원하는 소비자와 대출을 해주겠다는 개인·기관을 연결해주는 대신 가운데서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그런데 이 예대마진과 수수료를 모두 '제로(0)'로 만들겠다는 금융 플랫폼 회사가 있다. 지난 6월 직장인 대상 개인 신용대출 플랫폼 '머니무브'를 출시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딩머신이 주인공이다. 온투업은 말 그대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출 희망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금융업을 말한다.

옛 P2P(Peer to peer·이용자간) 금융으로 익숙한 온투업은 2020년 온투업법 시행으로 제도권 금융에 완전히 진입했다. 머니무브는 2019년 P2P 플랫폼으로 시작한 렌딩머신이 3년 간의 준비 기간 끝에 내놓은 대출 플랫폼 서비스다. 렌딩머신은 앞서 지난해 11월 온투업자로 정식 등록했다.

머니무브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 대출 중개 수수료, 중도상환수수료 등 '모든 수수료 0원'이란 파격을 선보였다. 이를 토대로 대출 금리를 낮추고 "은행보다 싼 대출"을 표방했다. 예대마진과 중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대출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가장 싼 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목표다. '1.5금융'을 내건 대부분의 온투업체들이 은행 문턱을 못 넘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을 주로 하는 것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그래서 머니무브의 캐치프레이즈도 '0.5금융' '넥스트 뱅크(차세대 은행)'다.


서울 강남구 렌딩머신 본사에서 만난 이상규 대표(사진)는 "신용점수가 높아서 은행을 이용하는 대출자는 모두 다 불만이 없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고신용자든 중·저신용자든, 1금융이든 2금융이든 가장 낮은 금리의 대출을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게 머니무브가 제시하는 가치"라고 했다.

"예대마진을 주 수익원으로 하는 기존 금융회사의 운영 방식으로는 소비자 편익과 효율성이 항상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출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 모델 하에선 대출 금리는 낮추고 투자자 수익률은 높여 차이를 0으로 만드는 '최적의 선'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차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예대마진을 없애고 돈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인터파크 창업자가 온투업에 뛰어들기까지
1966년생인 이 대표는 1995년 국내 최초 온라인 쇼핑몰인 인터파크를 공동창업한 1세대 벤처기업가다. 지마켓, 인터파크, 아이마켓코리아 대표를 차례로 지내고 온라인쇼핑협회, 벤처기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그의 전공 분야는 단연 전자상거래다. 그런 그가 온투업에 뛰어들었다. 인터파크 창업 이후 24년 만이다.

이 대표는 렌딩머신을 창업한 이유에 대해 "인터파크를 운영할 때부터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적으로 인터파크의 우수한 셀러들을 보면 데이터가 아무리 우량해도 은행에서는 거의 대출을 못 받습니다. 카드사 저축은행 등으로 넘어가면 대출 금리가 너무 높아지고요. 금융의 핵심은 돈이 원활하게 흐르는 것인데 (기존 금융사보다) 그 역할을 더 잘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거래와 금융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대표 역시 주 전공이 전자상거래라면 부 전공은 금융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한 길을 걸어왔다. 그가 인터파크에 도입한 국내 최초 온라인 카드 결제 시스템이 대표적인 성과다.

이 대표는 인터파크 창업 이듬해인 1996년 국내 카드사들을 일일이 설득해 '무전표 특약' 결제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공인인증서와 카드 비밀번호, CVC번호, 카드 단말기 없이도 구매자가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 입력하면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수기 결제라고도 하는 무전표 특약은 온라인 간편 결제의 원형이다. 이전까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무조건 은행에 가서 무통장 입금을 해야 했다.


이 대표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었다"며 "이런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져 렌딩머신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인터파크 대표 시절 1호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에도 도전한 경험이 있다.

이 대표는 여러 업권 중에서도 온투업을 택한 이유에 대해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방대한 조직과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은행보다 온투업의 플랫폼 모델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예대마진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더 낮은 대출 금리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려면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구조가 슬림하고 조직 운영이 훨씬 효율적인 플랫폼 모델이 궁극적으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실률 1%'의 마법
철저한 신용평가·리스크 통제로 최저금리 실현
'0.5금융'을 표방한 머니무브의 특징은 낮은 대출 금리다. 신용이 건전한 대출자에게는 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투자자에게는 부실률을 1% 이하까지 낮춘 저위험 채권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5일 기준 머니무브의 대출 금리는 연 3.8~14.9%(1년 고정금리). 최저 금리만 보면 연 5% 안팎인 은행 신용대출보다 낮다. 지난 8월 기준 머니무브에서 실제 취급된 대출 금리는 연 2.5~16.9%, 가중평균금리 연 4.75%다. 대출 한도는 최대 5000만원이다.

이렇게 경쟁력 있는 대출 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플랫폼 중개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다른 플랫폼 업체들처럼 몇 %씩 수수료를 부과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대출금리가 좀 낮아진다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며 "사업 모델을 설계할 때부터 수수료 수익과 예대마진은 없애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 두 번째 이유는 렌딩머신이 3년에 걸쳐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기반 신용평가시스템(CSS)이다. 287개 신용평가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렌딩머신만의 CSS는 기존 신용평가사의 CSS에 비해 변별력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렌딩머신은 이를 통해 머니무브의 대출 부실률을 1% 이하로 설계, 대출 금리를 대폭 낮췄다.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춰 대출 금리를 떨어뜨린 것이다.

부실률을 낮게 유지하려면 대출을 까다롭게 내줄 수밖에 없다. 실제 렌딩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머니무브에서 대출 한도를 조회한 사용자의 70% 가량은 대출이 거절됐다. 상환 여력이 확실한 사람에게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려면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신 머니무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금융사로 연결해준다. 이때 연결해주는 금융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렌딩머신의 수익 모델이다. 또 다른 수익 모델은 렌딩머신의 차별화된 CSS를 다른 금융사에 판매하거나 컨설팅해주면서 거두는 수입이다. 예대마진과 소비자에게 받는 수수료에 의존하는 대신 정교한 CSS를 무기로 B2B(기업간) 거래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계획이다.

인터파크를 창업했을 때부터 머니무브를 운영하는 현재까지 이 대표의 문제의식은 하나다.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데 왜 중개자가 수수료로 돈을 버느냐"는 것이다. 그는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이 국민 경제 전반에 차지하는 중요성은 정말 크다"며 "돈이 필요한 사람과 투자자를 가장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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