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모집에 682명 몰렸다…"유치원 교사 뽑는 곳이 없어요"

입력 2022-10-13 15:09   수정 2022-10-13 15:25



“2~3년 전부터 유치원 교사 자리를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해요. 아이가 없어서 문닫는 유치원도 많고, 교사 수도 계속 줄이고 있으니까요.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해 유치원 정교사 2급 자격증을 가지고도 상대적으로 유치원보다 근무여건이 나쁜 어린이집으로 취업하는 교사들이 많죠.”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김모씨(23)는 유치원 교사 ‘임용 절벽’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서울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선발 자체를 줄인 영향이다.
○서울 유치원 교사 선발, 2년 새 90명→10명
13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023학년도 공립(국립?사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유치원?초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응시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유치원 교사 경쟁률은 68.2대 1이다. 10명을 뽑는데 682명이 몰렸다. 42명을 선발해 경쟁률 37.29 대 1을 기록한 전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서울시 유치원 교사 선발은 최근 급격히 감소해 2년 전 90명을 뽑다가 올해 10명을 뽑는데 그쳤다.

초등 교사도 2년에 걸쳐 선발인원을 3분의 1로 줄이며 경쟁률이 상승했다. 2021학년도에 304명을 뽑아 3.29대 1이던 경쟁률은 올해 115명을 뽑아 4.57까지 치솟았다. 유·초등 및 특수 공립학교 교사 경쟁률은 8.67대 1을 기록했다.

○텅텅 빈 유치원·어린이집...5~7세 합반은 예삿일
교육당국은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교사수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아수는 181만8629명이다. 2016년 215만5353명에서 5년 새 15.6% 감소한 수치다. 유치원·어린이집 원아는 유아교육이 보편화됨에 따라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했고, 2016년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출산율 추락을 버티지 못하고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이들이 부족하다보니 다른 나이대 아이들을 합반해 운영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만5세 아이를 키우는 이모씨(37)는 “아이가 올해 6세반으로 올라갈 때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5~7세 합반을 한다더라”며 “큰 아이들에게 치이고, 동생들에 맞추느라 잘 배우지 못할까 걱정이지만 합반 아닌 어린이집을 찾을 수 없어 그냥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는데, 사립유치원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과정이 더 체계적이라는 인식이 크고, 사립 유치원은 과거 횡령 사건 때문에 아직도 불신이 남아있어서다. 국가에서도 국공립 기관을 늘리는 추세다. 실제로 2011년 4499개이던 공립 유치원은 지난해 5058개로 늘고, 같은 기간 사립은 3922개에서 3599개로 줄었다.

직장이나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 어린이집·유치원처럼 항상 고정된 수요가 있던 곳도 출산율 하락으로 원아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삼성재단 어린이집은 지난해까지 2개 반을 합쳐 20여명으로 운영되던 만1세반을 올해부터 1개반 11명으로 축소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원아를 모으지 못한 9개 초교 병설 유치원을 내년 초까지 1년간 휴원 중이다. 모집된 아이가 각 0명~3명에 그쳐 학급을 운영할 수 없어서다.
○유치원 교사 자격증 매년 1만여개 발급..."자격증 있어도 취업 못해"
어린이는 줄지만 교사 자격증은 계속 발급되고 있다. 유치원 교사로 일할 수 있는 유치원 정교사 2급 자격증은 지난해 9201개 발급됐다. 20년 째 큰 변화없이 매년 1만여개 전후의 자격증이 새로 발급된다. 지난해 기준 전국 국·공·사립 유치원 교사가 3만9654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유치원 교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매년 새로 나오는 셈이다.

자격증은 나오는데 일자리가 없다보니 교사들은 취업난에 시달린다. 특히 사립유치원이 무더기 폐업하면서 유치원 교사들의 취업이 어려워지자,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도 상대적으로 보수가 적은 어린이집에 취업하는 유치원 교사들도 등장했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교사도 줄일 게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과밀학급이 많다는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학급당 학생 수 26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8만6000여 개인 상황에서 정부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며 "교원 증원과 신규교사 선발 인원 확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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