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말랐다"…兆단위 빅딜 끊긴 PEF

입력 2022-10-13 17:32   수정 2022-10-14 01:50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까지 조(兆) 단위 거래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중에 돈줄이 말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피인수기업의 기업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문 걸어잠근 PEF업계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외 PEF가 인수 계약을 체결한 조 단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는 세 건에 불과하다. 한앤컴퍼니의 SKC 필름사업부(약 1조6000억원) 인수, 베어링PEA의 PI첨단소재(약 1조3000억원) 인수, 캐나다 브룩필드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산업가스 설비(약 1조원) 인수 등이다.

PI첨단소재 등 거래는 수개월째 잔금 납부가 지연되고 있어 연내 거래가 마무리될지 불투명하다. 5000억원 이상 거래로 범위를 확대해도 올해 말까지 10건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PEF가 관심을 두고 있는 대형 거래는 치과용 구강 스캐너업체 메디트(4조원 수준) 정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M&A 시장은 PEF가 이끌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조 단위 거래가 쏟아졌다. 거래 가치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5~20배로 높았다. IMM PE의 한샘(1조4000억원) 인수,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의 테일러메이드(1조9000억원) 인수, 칼라일의 투썸플레이스(1조원)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섰다.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IMM PE,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TPG, CVC캐피탈 등 조 단위 펀드를 운용하는 PEF 대다수가 올해 바이아웃 거래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않았다.
매도자와 가격 눈높이 여전
M&A 시장에서 PEF가 ‘실종’된 첫 번째 이유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이다. PEF들은 통상 인수 금액의 절반 이상을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조달하는데, 올초만 해도 연 4% 수준이던 인수금융 조달 금리가 최근 연 8% 이상으로 치솟았다. 연말까지 연 10% 수준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기금 공제회 등 펀드 출자자(LP)들이 캐피털콜에 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캐피털콜은 PEF가 투자할 기업을 정한 뒤 펀드 출자를 약정한 투자자에게 투자금 납부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대형 공제회들조차 돈줄이 말라 캐피털콜에 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EF와 매도자 사이에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점도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매도자들의 눈높이는 아직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는 게 PEF 운용역들의 판단이다. 업계에선 이런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PEF들 사이에서 올해는 ‘쉬고 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내년께 실적 악화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면 다시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PEF들은 인수보다는 매각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글랜우드PE는 2020년 9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지만 그해 말 올리브영 지분 투자를 한 게 전부다. 대신 한글라스, PI첨단소재의 매각을 거푸 성사시켰다. 이 밖에 MBK의 롯데카드, 스카이레이크의 넥스플렉스, 유니슨캐피탈의 메디트, IMM인베스트먼트의 EMK 매각 등이 진행 중이거나 성사됐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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