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벨라스케스·루벤스…최고 작품 모은 '세기의 컬렉터家'

입력 2022-10-13 17:51   수정 2022-10-14 02:45


‘유럽 제일의 명문가’ 합스부르크 가문은 유럽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최고의 ‘컬렉터 집안’이다. 이들이 모은 유럽 전역의 명작들은 유럽 최고의 미술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빈미술사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막강한 권력과 재력 그리고 대를 이어 물려받은 안목과 예술을 사랑하는 분위기가 이뤄낸 합작품이다. 유럽 최강을 자랑했던 왕가가 수십세대에 걸쳐 완성한 ‘미술 곳간’. 미술품 수장고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합스부르크 가문의 주요 컬렉터를 뽑아 그들의 취향과 주요 컬렉션을 정리했다.
핏줄에 흐르는 컬렉터의 혼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가장 먼저 ‘컬렉터 본능’을 드러낸 사람으로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막시밀리안 1세(1459~1519)가 꼽힌다. 그는 당시 유럽의 경제 중심지 중 하나였던 부르고뉴(지금의 네덜란드·벨기에 지역 인근) 영토의 계승자인 마리와 결혼해 합스부르크 제국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막시밀리안 1세는 마리와 결혼한 뒤 부르고뉴의 선진 예술에 푹 빠졌고, 권력 강화 수단으로 판화 등 예술을 적극 이용했다. 다양한 갑옷과 보물을 수집하기도 했다.


루돌프 2세 신성로마제국 황제(1552~1612)는 정치에 도통 소질이 없는 암군이었다. 하지만 미술품 수집과 점성술, 연금술만큼은 끝까지 파고들었다. 왕으로 즉위한 뒤 수도를 보헤미아 지방(지금의 체코) 프라하로 옮기고 예술가를 대거 불러들여 ‘문화 도시’를 만든 것도 이런 외골수 기질 때문이다.

라파엘로, 티치아노 등 당대를 풍미한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요제프 하인츠 1세의 ‘주피터와 칼리스토’와 인도산 ‘누금 장식 바구니’ 등이 루돌프 2세가 모은 대표적인 예술품이다.

페르디난트 2세 대공(1529~1595)은 세계 최초의 박물관을 세웠다. 11세기 지어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암브라스성을 뜯어고쳐 만들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갑옷과 예술품 ‘덕후(마니아)’였다. ‘독수리 장식 갑옷’ ‘세로 홀 장식 갑옷’ 등 당시 최신 유행의 여러 갑옷을 유럽 전역에서 긁어모아 박물관에 전시했다. 회화는 물론 산호 등의 희귀 소재로 만든 신비로운 공예품, 기계와 악기 등도 가리지 않고 수집했다.
‘수집광’ 펠리페 4세·레오폴트 빌헬름 대공

신성로마제국 황제 페르디난트 2세의 막내아들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1614~1662)과 스페인 왕 펠리페 4세(1605~1665)는 합스부르크 왕가 역사에서도 가장 이름 높은 미술 애호가들이다. 이들은 각각 당대 최고 화가들의 주요 작품을 경쟁하듯 수집했다. 펠리페 4세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페테르 파울 루벤스 등 거장들을 후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와는 왕과 화가라는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막역한 친구처럼 지냈다.

빌헬름 대공은 30년전쟁에서 기사단장으로 임명받아 오랫동안 전쟁터를 떠돌았다. 그 사이 예술은 그의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잡았다. 전쟁 중 영국에서 열리는 컬렉션 경매에 참여한 것도, 네덜란드 총독으로 부임한 뒤 네덜란드 작품을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플랑드르의 거장 얀 브뤼헐과 베로네세, 티치아노 등 베네치아 대표 화가들의 최고 인기작을 수집할 만큼 안목도 높았다.

오스트리아를 근대국가로 이끈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는 미술품 수집보다 공개에 힘썼다. 1776년 황실 컬렉션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해 빈미술사박물관의 전신을 만들고 이곳에 자신이나 가족과 관련된 여러 미술품을 더했다.


자신의 초상화 ‘마리아 테레지아와 평화의 여신상’,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식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그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장녀의 약혼식 풍경을 표현한 ‘마리아 크리스티나 여대공의 약혼 축하연’ 등이 대표적이다.

프란츠 요제프 1세(1830~1916)는 ‘비운의 황제’로 불린다. 망해 가는 제국을 되살려내기 위해 분투했지만, 결국 그의 사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공중분해된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격동의 시기에도 문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지시로 빈에는 지금의 빈미술사박물관과 빈자연사박물관 건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여러 공공 건축물이 들어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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