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완전히 없애겠다" 美 자신감의 근원은

입력 2022-10-13 18:08   수정 2022-10-14 02:19


‘9500만달러(2001년) vs 560달러(2021년).’

사람의 모든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20년 만에 인간 유전체 분석 비용은 94% 넘게 하락했다. 기술 성장 덕분이다. 2년마다 두 배씩 장치 성능이 개선된다던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은 성과다.

미국 케임브리지 켄달스퀘어와 보스턴을 세계 최고 바이오 클러스터로 키운 것은 1990년대 시작한 인간게놈프로젝트다. 사람의 모든 유전체를 파악하게 되면서 다양한 암 돌연변이를 찾게 됐고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졌다. 연구를 이끈 장소가 화이트헤드연구소다. 이 연구소에서 독립한 브로드연구소의 지노믹플랫폼은 프로젝트가 시작된 곳이다. 브로드연구소는 한국경제미디어그룹과 서울대 공대 취재팀에 이곳 시설을 공개했다.

이곳은 미국 최대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인 국립보건원(NIH)의 올포어스(All For Us·100만 게놈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매슈 쿨 지노믹플랫폼 선임매니저는 “최신 분석기기를 통해 이틀마다 48명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유전체 분석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 것은 2004년 차세대 시퀀싱(NGS) 기술이 개발되면서다.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분석 효율은 100만 배 개선됐다. 분석 속도는 빨라지고 가격이 싸진 결과다. 배진형 브로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엔 DNA를 한 가닥씩 분석했기 때문에 인간게놈프로젝트 초기에는 연구원 2800명이 꼬박 10년 동안 4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데 그쳤다”며 “지금은 5명이 수십 개 기계를 돌리면서 3분에 한 명의 데이터를 뽑고 있다”고 했다.

유전체 분석은 진단 및 신약 개발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 우선 치료제 연구의 목표가 달라졌다. 특정 증상을 낫게 하는 치료제는 퇴조하고 질병을 완전히 없애는 신약 개발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잘못된 유전자를 교정하면 암 등 질병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전체 분석 기업들의 다음 목표는 대중화다. 가격을 더 낮추고 분석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 진단기업 일루미나는 최근 유전체 분석 비용을 200달러까지 낮춘 제품을 선보였다. ‘유전체 분석 100달러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평가다. 옥스퍼드나노포어테크놀로지, 퍼시픽바이오사이언스 등은 차세대 나노포어 기술 선두업체로 꼽힌다. 스마트폰에 소형 진단 키트를 연결해 어디서든 유전자를 검사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 연구원은 “암 환자가 NGS 검사를 받으면 유전자 변이 등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케임브리지=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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