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의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32.8%에 달했다. 영업이익 성장률도 37.7%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에 따른 내실을 갖추었다는 평가는 많지 않다. '문어발' 확장으로 덩치는 불렸지만, 조직 내에서는 끊임 없이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카카오 안팎에선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피해가 이토록 컸던 것에 대해서도 '자업자득'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를 해야 할 곳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구멍'들이 이번에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얘기다.
반면 같은 시점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영향 받은 주요 서비스 4개(포털, 쇼핑, 시리즈온, 파파고) 중 포털 검색을 제외한 3개 서비스가 완전 복구됐다. 검색은 이용자들의 일상적인 활용엔 별 지장이 없는 정도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 춘천에 제1데이터센터를 세웠다. 대규모 IT 서비스의 안정성을 위해선 자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여기다 추가로 세종시에 제2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양 프로젝트에 들이는 비용이 총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카카오는 2020년에야 4000억원 규모의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정보보호 투자 규모도 딴판이다. 정보 보호란 IT 기업이 정보 데이터를 보호하고 보안을 유지해 서비스 안정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올해 정보보호 공시에 따르면 네이버는 정보보호에 350억원을, 전담인력은 총 107명을 뒀다. 반면 카카오는 네이버의 절반 이하인 약 140억원을 투입했다. 전담인력은 61명에 그쳤다.
IT업체들은 데이터센터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시 투입되는 인력 구성, 전력공급이 끊어질 때를 대비한 비상 전력 확보 대책, 재해복구 소요 시간, 해킹 방지 대책, 백업 및 복원 절차 등의 세부 계획을 수립해놓는 것이다. 서버 전체가 마비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반복한다. 구글의 경우 1년에 2회 이상 복구 훈련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연 1회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테러 위험 등을 고려해 정확한 위치도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등 보안도 철저하다.
그러나 돈만 내면 결정할 수 있는 인수과정과 달리 인수 후 통합(PMI)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카카오 계열사에 최근 합류한 한 임원은 "각 계열사가 스스로 M&A 여부를 손쉽게 결정하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며 "좋게 보면 자율성이 큰 것이고, 달리 보면 통합 관리가 잘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지배구조를 잘 알고 있는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스톡옵션 등을 너무 많이 발행해서 현재 운신의 폭이 좁아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경영진의 인센티브 구조가 회사의 중장기적인 회사의 성장이 아니라 단기적인 주가상승과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다른 투자은행 관계자는 "창업 공신들이 적절한 시점에 물러났어야 하는데 아직 계열사 곳곳에서 회사 경영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의 덩치에 맞는 경영전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짚었다.
이상은/선한결/오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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