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명절 다가온다" 열광…'핼러윈' 맞아 유통가 '들썩'

입력 2022-10-18 21:00   수정 2022-10-18 22:07


대형 쇼핑몰, 마트, 빵집, 카페, 인테리어 소품 매장은 물론 지자체 행사까지… 최근 어지간한 곳에선 핼러윈데이(10월31일)를 기념하는 제품이나 소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기성세대에겐 여전히 ‘남의 나라 명절’이지만 10월만 되면 국내에서도 이처럼 핼러윈데이 분위기가 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홈플러스, 신세계사이먼 등 유통업계는 핼러윈데이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늘리고 제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핼러윈데이를 위해 작년보다 30%가량 더 많은 상품을 준비했다. 특히 올해는 거리두기 해제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3년 만의 핼러윈 특수를 기대하는 중이다.

식품업계도 관련 상품 출시가 급증했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건 역시 포켓몬빵 핼러윈 에디션이다. ‘띠부씰’에 야광이 들어 있는 제품으로 지난달 29일 출시돼 포켓몬빵 인기에 다시 불을 붙였다. 아이를 둔 학부모나 포켓몬 관련 제품 수집가들 사이에서 ‘띠부씰 대란’이 일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정가의 3~5배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물가 급등 등 소비 침체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핼러윈을 기대하는 업체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스타벅스가 내놓은 핼러윈 이벤트 음료들도 6000~7000원대로 일반 음료에 비해 비싸지만 금세 품절되곤 한다. 동서식품은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이달 31일까지 2주간 스타필드 고양점에서 오레오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기획한 ‘오레오의 핼러윈 대모험’이라는 체험 행사장이다. 직접 쿠키를 만들거나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핼러윈 관련 소품을 배경으로 SNS에 게시하기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10대나 20대는 놀이공원이나 카페, 호텔 등에서 적극적으로 핼러윈을 즐기는 분위기다.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선 핼러윈데이가 명절로 통할 정도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호텔들도 핼러윈 특수를 노리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호텔 전체에서 핼러윈 무드를 고조시키고 있다. 1층 로비 라운지&바에선 28~29일 ‘루나틱 핼러윈’ 콘셉트의 스페셜 원더아워 파티가 준비된다. 귀신만 입장 가능한 ‘호텔 델루나’를 모티브로 로비 라운지 중앙 천장에 커다란 달을 띄우고 으스스하고 이색적인 핼러윈 장식들로 연출한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도 32층 루프톱 바인 라티튜드32에서 뱀파이어 콘셉트의 핼러윈 파티를 연다. 위스키 브랜드 잭 다니엘스와 협업해 라티튜드32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 뱀파이어가 사는 19세기 중반 고성에 착륙한 시간 여행 콘셉트다. 라이브 디제잉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인다.


핼러윈데이는 영국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귀신 분장을 하고 하루를 보낸 것에서 기원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종교적 의미가 더해지고 유럽과 미국 등에서 축제처럼 즐기게 된 게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 국내에선 사실상 종교적 색채는 사라지고 독특한 분장이나 의상, 각종 소품이나 관련 먹거리로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다만 이같은 현상을 마뜩찮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핼러윈데이를 경험하지 못한 기성세대에선 젊은 세대의 기괴한 분장이나 핼러윈 의상이 낯설고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50대 직장인 양모씨는 “10월 말만 되면 강남·이태원 등 도심 곳곳에서 이상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데 젊은 세대가 남의 나라 축제에 열광하는 게 생경하다”며 “국내 전통 명절은 경시하고 외래 문화에만 열광하는 게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어 사교육이 늘면서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을 중심으로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도 퍼졌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핼러윈데이 하루를 위해 의상과 소품 등을 준비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두 자녀가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주부 하지윤씨(36)는 “핼러윈 파티에 하루 입힐 옷을 준비하려니 부담이 만만찮다. 유치원비도 비싼데 이런 행사들까지 챙겨야 하니 솔직히 피곤하다”고 했다.


하지만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릴 만큼 인기다. 경기 분당 소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채아 양(12)은 “평소에 파티 옷을 입을 일이 없는데 친구들과 핼러윈 복장을 하고 서로 집에 놀러 다니면서 사탕이랑 초콜릿도 먹고 놀이공원도 갈 생각을 하니 기대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즐길거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핼러윈이 일상의 특별함을 준다는 점에서 굳이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중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이모 씨(63)는 “학업 스트레스가 많은 10대나 취업 고민이 많은 20대가 하루 특색 있게 노는 건데 굳이 나쁘게 볼 필요가 있나 싶다”면서 “글로벌 시대에 내 나라, 남의 나라 명절을 가리는 게 의미가 있나. 오히려 다른 나라 문화라서 무조건 배척한다고 하면 젊은층이 기성세대를 고루하게 보지 않을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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