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은 '융합학문'…다양한 분야 전문가 협업 필수

입력 2022-10-19 16:12   수정 2022-10-19 16:20

장에 사는 미생물 집단(균총)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관련 건강보조식품이 대중화되면서 익숙한 용어가 됐다. 장내 미생물(장 마이크로바이옴)과 우리 몸 건강 사이의 관계는 20세기 초 러시아 생물학자 메치니코프가 유산균과 장수 사이의 관계를 밝히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대 생물학에서는 장 마이크로바이옴이 장수뿐 아니라 각종 면역질환 및 암, 신경질환 등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한 미국은 2007년부터 2016년에 걸쳐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MP)’를 추진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인간의 질병간 상관관계 연구를 위한 기초 지식을 쌓았다. 이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연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 개발로 이어졌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 중국 등도 유사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인종 특이적인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정보를 쌓고 있다. 한국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뛰어들었다. 2017년 정부는 미래유망기술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선정해 본격적인 연구 지원과 투자를 시작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장기적인 중추가 될 총 약 1조원 규모의 프로젝트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도 현재 기획 단계에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본 연구팀은 장염증에 의해 유발되는 대장암 발병 과정에서 장 마이크로바이옴과 숙주의 돌연변이 유전자(p53 돌연변이)와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암 억제 유전자 p53에 생긴 돌연변이는 유해균이 선호하는 먹이인 시알산 당을 비정상적으로 늘려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을 일으키며, 그 결과 장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연구팀은 유해균의 시알산 이용을 억제하는 저해제를 통해 유해균 증식을 막아 장염증을 억제하고 대장암도 치료할 수 있는 실험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한 학문만 깊게 연구하는 전통적인 연구방식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미생물학뿐 아니라 면역학, 유전학을 비롯해 생물정보학, 신경생물학, 암생물학과 같은 다양한 생물학 분야를 아울러야 한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현대판 융합학문’인 셈이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국가 미래사업으로 발전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에 뿌리를 두고 정부가 꾸준히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신약개발이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 선제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전문 연구단 또는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 연구진이 협력 연구 및 교류가 가능한 여건을 구축한다면 미래 바이오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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