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일상 풍경…"사진으론 담을 수 없는 내면 세계죠"

입력 2022-10-19 18:20   수정 2022-10-20 00:44

1839년 사진의 등장에 미술계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초상화와 풍경화가 빠르게 사진으로 대체돼서다. 이후 많은 화가가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화가들은 곧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냈다. 상상력을 발휘해 사진으론 담아낼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그리기 시작한 것. 대표적인 게 일상의 사물들을 조합해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만드는 초현실주의다.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이런 그림들이다.

국내에도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으로 주목받는 화가가 있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 ‘꿈, 자연, 그리고 오브제’를 열고 있는 유선태 작가(64·사진)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28점과 3점의 오브제를 출품했다.

유 작가는 자신의 삶이 녹아든 풍경과 사물을 조합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그의 그림에 있는 책은 교장선생님이던 아버지를 상징하고, 물음표처럼 생긴 나무는 작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림마다 등장하는 자전거 탄 사람은 저를 상징하는 소재입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하는 것처럼, 저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필사적으로 일했거든요. 또 하나. 자전거를 탄 사람이 항상 움직이듯이, 가난한 세입자 출신인 저도 50번 가까이 이사를 다녔습니다. 하하.”

전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미술 공부를 한 적이 없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제 그림을 보더니 서울에서 열리는 미술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했어요. 서울 구경도 할 겸 나갔는데 난데없이 대상을 탔습니다. 벼락치기로 입시미술 공부를 해서 홍대 미대에 입학했지요.”

대학 졸업 후 독일과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파리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던 적은 없었다. 그의 작품이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요즘은 그림을 더 많이 그리지만, 유 작가의 ‘주특기’는 일상의 사물을 가공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오브제다. “체력이 달려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오브제 작업은 너무 재미있어요. 요즘도 황학동 풍물시장을 다니며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사 모읍니다.” 폐업하는 가구점에서 헐값에 구입한 가구로 오브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신나게 설명하는 그의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전시는 다음달 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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