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가 사모펀드처럼 투자할 때[김태엽의 PEF썰전]

입력 2022-10-19 19:32   수정 2022-10-21 09:48

이 기사는 10월 19일 19: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비가 한 번 오더니 정말 갑자기 훅 추운 가을이 다가왔다. 마치 코스피가 훅 빠지듯이. 10월이면, 그리고 가을비가 내리면 갑자기 추운 날들이 다가오는 걸 잘 알면서도, 금리를 급히 올리면 주식시장에서 단기 급락이 오는 걸 매우 잘 알면서도, 막상 가을과 급락을 맞이하는 우리 아저씨들의 마음은 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가을 골프는 달러빚을 내서라도 쳐야 한다는데, 달러가 1400원을 훌쩍 넘어섰고, 미국 10년물 금리는 맙소사 4%가 넘었다. 골프를 접어야하나?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식시장은 탈모남인 필자의 앞머리처럼 후루룩 떨어지고 있고, 작년까지 성과급 잔치, 아니 성과급 축제, 아니 성과급 우주 페스티발을 벌렸던 상장주식/롱 전략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필자의 친구들은 정말 말 그대로 곡소리를 내고 있다. 유니콘 데카콘 월드콘 부라보콘을 찾던 벤처캐피털 오너 형님들도 다들 아직 "현금을 불태우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살리느라 정신이 없고, 간간이 우리가 한때 볼트온으로 인수할 '뻔' 했던 몇몇 신생 기업들은 이제 사업을 접거나 급매물로 변신해서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른바, 투자를 하라고 하면 욕부터 먹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런 하 수상한 시절에 필자와 같은 사모펀드들은 무엇을 할까? 아니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이런 사모펀드를 보면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제목에 있다 모른척 하지 마시라. 다름아닌 바로 '사모펀드처럼 투자하기.' 뭐라고? 그렇다, 제대로 들으셨다. 지금은 "투자할" 시기다! 뭔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사모펀드의 투자 전략에서 뭘 베껴야 할까?

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인플레이션이 6%대로 4~5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자(worst case). 현금이 다행히 있다고 가정하자. 무엇을 해야할까?

A. 현금을 가지고 있는다(그러다가 급매가 나오면 '쌔삥'으로 건진다) → 급매가 안나오면 연 6%씩 재산이 줄어든다. 대략 5년 뒤 내 재산의 1/4이 증발한다.

B. 상장 주식 혹은 Index를 산다(바닥이라고 믿고) → 언제 팔지에 따라 다른데, 행여나 리세션(불황)이 지속된다고 시장이 한번 더 주저앉아서 개고생하다가 내년 이맘때쯤 원금 회복이 되면 "휴"하면서 팔 가능성이 매우 높다(아마, 필자를 포함해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앙하고 물린 대부분의 독자들이 "원금만 회복하면 잽싸게 팔리라"라고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C. 어쩌구 아파트를 산다 → 부동산은 사이클이 주식보다 긴 편인데, 대출 이자는 인플레에 따라 한동안 5%대를 상회할 것이고, 보유세 & 거래세가 낮아질 기미(=법이 통과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0년 존버하면 된다. 굿럭이다.

D. 비상장 회사 주식이나 그림처럼 가격이 불투명한 자산을 산다 → 태생적으로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면 4~5년 안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엄청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면). 대신 정해진 가격이 없어서 낮아졌는지 높아졌는지 알 수가 없다. 근데 회사나 작가가 잘 한다면, 왜인지 모르겠는데 남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 대신 망하면 폭망이다.

여기서 현금 보유외에는 나머지 옵션의 기대 수익이 비슷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제일 마음이 편한 것(= 변동성이 낮아보이는 것)은 바로 D이다. 즉, 비유동적인 "우량" 자산을 중장기적으로 투자해서 유동성을 포기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다. 사모펀드식 투자에는 이런 매력이 있다.

하나 더 퀴즈를 내보겠다. 독자분들이 많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해도 상당히 투자를 잘하는 기관으로 분류된다. 그럼, 2021년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은? 무려 10.77%. 2019~2021년은? 무려 연 10.57%. 발 뻗고 주무실 수 있을 것 같으신가? 자자, 그럼 2022년도 투자 수익률 잠정치는? -4.69%. 뻗은 발을 살포시 접어 올리셔야할 것 같다. 그런데 2022년도 잠정치에서도 여전히 8.22%라는 준수한 수익률이 예상되는 카테고리가 있다. 정답은? 바로 대체투자(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부동산 등 비유동 자산 투자). 참고로 대체투자의 2021년도 실현 수익률은 무려 연 23.8%다.

자, 답 나오셨으니 이제 글을 그만 읽고 얼른 은행으로 가서 사모펀드 혹은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 하자…라고 하면 참 좋겠는데, (외국 대부분의 국가와는 달리) 국내는 법률상 개인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게 쉽지는 않다(좀 고쳐주세요 거참). 그럼 사모펀드 '식' 투자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1. 투자 전략 혹은 Investment Thesis를 정해라

필자가 골프광이라는 건 이제 전국민의 0.01% 이상이 알 수도 있을 수도 있는 퍼블릭 인포메이션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골프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팁이 뭐냐고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시는데, 내가 잘 이야기 안 해주는 꿀 비법들이 솔직히 적잖이 있다. (다들 이제 아시겠지? 인스타 디엠과 커피 한 잔!) 그 중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오늘 특별하게 하나만 까드리는 멘탈 방어 비법이 있으니 바로 "스윙 점수 매기기"다.

골프 샷을 하다보면 잘 친 것 같은데 바람을 못 읽어서, 그린 라이를 몰라서, 골프장 레이아웃이 낯설어서 공이 페어웨이를, 그린을 탈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샷의 결과'를 기준으로 나의 골프를 판단하다보면 (즉 스코어로만 판단하다 보면) 멘탈이 가끔 나가는 수가 있다. 특히 스윙은 괜찮은데도 운이 없어서 스코어를 후루룩 말아먹는 날이 종종 있는데, 이런 운 없는 샷이 몇 개 지속되면 멘탈이 아예 나가서 재기 불능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평가의 기준을 다르게, 미리 정하는 것이다. 필자는 스윙 템포, 어깨의 꼬임, 피니쉬의 안정성, 이 셋을 두고 점수를 매긴다. 대략 (내 맘 속으로) 85점 이상이라고 치면 필자는 만족한다. "좋은 스윙 & 후진 샷"이, "후진 스윙 & 좋은 샷"보다 낫다. 이렇게 하다 보면 스코어는 그냥 저절로 따라 오는 것이고, 스윙 하나하나가 쪽지 시험 같아서 멘탈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또 그날따라 잘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쉽게 라운딩 중에 고칠 수 있다. 즉, "잘한 샷"보다는 "잘한 스윙"에 집중하는 것이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이처럼 "잘한 스윙"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엔 더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매출 성장, 원가 개선, 시장 점유율 향상, 수출 확대 등). 이런 "잘된 스윙의 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골프를 임하는 자세는, 투자에서는 미리 전략과 평가 기준을 세워두고 투자를 하는 것과 같다.

나쁜 전략보다는 전략이 없거나 자주 바뀌는 것이 100배 아니 580배 정도 더 나쁜데, 나쁜 전략이라고 하면 몇 년 해보다가 "이게 아닌가벼~" 하면서 다른 전략으로 갈아타면 된다. 전략을 바꾸고 그 결과가 달라진다면, 배움과 경험이 내 안에 쌓인다(즉, 내 계좌를 내주고 실력을 얻는다!). 근데 이놈의 전략이 중구난방이면 그날그날 샷감에 의존해야하는 백이십돌이 골퍼 이상의 결과를 내기 어렵다.

이런 원칙은 비단 사모펀드뿐만 아니고, 퀀트 투자, 개인 주식 투자 혹은 기업 경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본다. 특히 상장사 투자의 경우, 스윙보다는 샷 결과에 더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의 펀더멘털한 경쟁력이나 수익성보다 정말 투심(투자 심리), 당시의 테마, 그리고 주식 시장에 영향을 주는 다른 외생변수들(예를 들면 이국 만리땅의 전쟁, 북쪽에서 쏘는 미사일, 바다 건너 땅의 선거 결과 등)에 의해 주가가 훨씬 더 많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필자가 투자한 A 회사도, 진출한 각 섹터에서 국내 1~2위를 6~7년째 지키고 있으면서, 2021년도 매출은 전년대비 17% 컸고 영업이익은 113% 성장했는데, 놀랍게도 PER은 4~5배를 안정적으로 (오마이갓! ㅠㅠ) 지키고 있다.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이해가 안되는데, 아마 비상장 기업이었다면 이보다 서너 배는 더 높게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상장 기업 투자는 '논리에 기반한 설득'이 쉬운 반면, 상장기업(에 대한 단기) 투자의 경우 '심리와 테마에 따른 분위기'가 더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대외 외생변수가 나빠지고 있으면서 '투심'이 불안해지고 있을 때일수록, 우량한 비상장 기업을 찾아서 묻어두는 척하고 적당히 물려있는 전략이 유효하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들이 있을까? 독자분들이 쉽게 참조할 만한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보겠다.

a) ROE가 높고 벨류에이션이 (경쟁 기업보다 15% 이상) 낮은 가치주형 기업

필자가 보통 투자한 기업들이 신규 사업으로 진출하거나 볼트온을 고려할 때 많이 쓰는 기준이다. 뇌세포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크게 안 깨지는 전략인데, 싸고 돈 잘 버는 회사를 사서 버티는 거다. ROE는 보통 12% 이상이면 '고고싱'이고, 밸류에이션의 경우 EV/EBITDA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PER 12배 이하에서 성장을 10%대로 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잡아도 된다.

b) 평균 수준의 수익성이지만 변동성이 극히 낮고 진입장벽이 높으면서 수요가 빠지지 않는 기업

이건 보통 경영권 인수를 할 때 많이 쓰는 전략인데, 절대 안 깨지는 사업을 사서 '존버'하면서 경쟁사를 지속적으로 꼬시면 시장이 좋아질 기미가 보일 때 인수하겠다고 달려든다. 때때로 오래된 브랜드가 장착된 B2C 기업들이 경쟁 대기업에 팔릴 때, 니치 섹터에 있는 B2B 기업의 업종이 갑자기 대기업의 주목을 받을 때 이런 '쌔뻑'이 나타난다. 이건 투자보다 매각 실력, 혹은 매도 타이밍이 수익률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c) 산업의 '장기' 성장성이 보장된 산업에서 상위 3위 이내 업체

이건 보통 growth capital 투자를 할 때 쓰는 전략인데, 함정은 '성장할 수 있는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일 것', 그리고 '중단기'가 아니고 '장기' 성장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면 내가 4~5년 투자했다가 팔 때에도 누가 보아도 이뻐할 만한 회사여야 하는데, 많이들 하는 실수가 '중단기', 즉 3~4년 정도 성장성만 보고 들어갔다가 내가 나올 때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성장성이 푹 꺾여서 밸류에이션이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몇 번 이런 실수 때문에 피본 적이 있다.

그럼 도대체 아무거나, 아무 섹터나 투자를 해도 되냐는 질문을 하실 텐데, 사실은,,, 대충 그렇다. 그래도 굳이굳이 골라달라고 하면 (맨입으로는 안되고) 다음다음 포인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겠다.

2. 실사를 반드시 해라 - 상대평가로 (Desktop이라도)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투자를 할 때 반드시 실사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아니 개인 투자를 하려고 쭉 읽고 있었더니 무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개인 투자에서도 반드시 실사를 하셔야 한다! (동네 이장님, 앞집 치과 의사 선생님, 장모님 친구가 추천하는 주식을 사지 말(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실사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기다려 보시라. 알려드리겠다. 요건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어두면 좋겠다.

실사의 제 1원칙: 뭘 볼지 정하라 ? 즉, 가설을 만들어라.
실사의 제 2원칙: 실사의 원칙은 상대평가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바로 옆 사람보다 잘 풀리는 것이다.
실사의 제 3 원칙: ESG를 우습게 보지 마라 ? (어찌되었건) 평판이 나쁜 건 무조건 뒤도 돌아보지 마라.


투자를 하기 전에 대상이 잡히거나, 아님 투자 전략이 세워지면 (예를 들면 ROE가 20% 이상이면서 매출 성장률이 10% 이상인 놈), 이걸 검증해보는 것이 실사다. 즉, 뭘 볼지 알아야 실사라는 게 효율적이다. 그런 것도 없다면? 뭐 그냥 무한 검색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거라도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 반드시 인터넷에 회사 이름을 쳐보고 관련 기사와 고객 반응을 읽어보자.

이렇게 컴퓨터와 전화기 앞에 앉아서 손가락과 내 눈으로 하는 실사를 desktop 실사라고 하는데, 우리 같은 사모펀드 혹은 기관 투자자들도 사실 이런 desktop 실사에서 찐 Investment Thesis(왜 투자 할 건지 매력도)와 핵심 리스크의 80%는 걸러낸다. 회계사와 변호사, 세무사 그리고 컨설턴트들이 나머지 20% 중에 세세한 건들을 잡아내거나, 내가 만든 Thesis 중 혹시 선입견 때문에 생긴 오해를 풀어준다고 보면 된다. 원래 컨설턴트였던 필자도 예전에 일할 때, 프로젝트가 나와서 핵심 가설(Key Hypothesis)이 세워지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철야 인터넷/자료 검색이다. 즉, 정보의 바다에서 잘 건져내는 일을 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얏호!).

특히 필자의 이런 desktop 실사 사랑에 대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B형님(이라고 쓰고 마음 속의 스승님이라고 읽는) 사례를 살펴보자.

원래 증권사에서 자문업으로 시작한 B형님은 투자가 본업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문을 하면서 야금야금 개인 주식 투자를 시작하다가, 엉겹결에 몰빵한 주식으로 크게 한 번 휘청하고는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려다 너무 추워서 집에 돌아와서는 전격적으로 비상장 성장주 위주의 투자 전략으로 갈아타고, 그 이후 20여 년간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 투자 종목 이야기 하나하나가 책 한 권 감이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재미있는 것은 게임회사인 K사에 투자했던 건이었다.

B 대표 형님이 K사 투자를 검토할 때만 해도 K사는 별다른 히트 게임이 없는, 빌빌한 개발사였다. 이 회사를 추천한 B 형님의 후배가 K사의 슈팅 게임인 G가 대박이라는 이야기를 입에 개거품을 물고 이야 하자, B 대표는 타고난 호기심이 발동했다. 게임을 낼름 다운을 받아서 당장 그날 밤 그 게임을 해보았는데, 첫인상은 실망스러웠다. 이 새로운 게임이 실상은 1인칭 슈팅게임의 특성상(그냥 총들고 상대를 쏘는거니깐) 별 새로운 게 없어보였는데, 특히 게임의 전개가 기존의 게임보다 다소 느린 점, 그래픽 사양이 잘 안맞아서 가끔 버벅거리는 점, 그리고 딱히 기존 초 대박을 치던 S라는 게임이 떡하니 국내 1등을 장악하고 있었던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 B 대표는 '에이 쭉정이네' 하면서 접으려고하던찰라, 미워도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뒤져본 사이트가 바로 게임 시청 사이트인 트위치(twitch)였다. 두둥!

당시 국내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던 S게임이 피크 때 30위권을 왔다리 갔다리하는 동안, G게임은 놀랍게도 팔로워 순 10위권을 위협하고있었다! 이른바 국내에서, 동네에서는 별 인기가 없어보이는 게임이 해외 고객들, 특히 미국 손님들에게는 깔쌈한 베틀로얄 형태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인기몰이를 할 찰라였던 것이다. 비록 매출 전환은 느리고, 동시접속자 숫자도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해외 사용자들의 호평을 기반으로 B대표는 빠른 계좌 입금을 시전하였고, B 대표의 투자 직후부터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2년도 안돼서 14배 넘게 성장하게 되었다.

B 대표의 고객 리뷰 사랑은 비단 이뿐만이 아닌데, 중국에서 인기 몰이를 했던 화장품 브랜드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기 전에 쿠팡에서 리뷰를 들여다보고 중국사람들이 굳이 와서 리뷰를 남기는 걸 캐치해 중국어도 못하는 양반이 타오바오 몰을 들어가 리뷰를 뒤져보고 확신을 가진 뒤 투자해서 10배를 남긴 이야기, 부도를 한 번 냈던 바이오 회사의 경영진이 나와서 독립할 때 그간 돈을 까먹으면서 쌓아둔 기술과 팀들의 평판을 믿고 다시 밀어줘서 15배 이상 수익을 냈던 이야기 등등, 상식과 리뷰, 그리고 실적을 만들 수 있는 선행 지표들을 인터넷의 바다에서 쏙쏙 건져내는 방법이 B 대표의 전설적인 실적을 만드는 기초가 되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인사이트가 없고 부지런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었겠지만, 이 이후로 나는 맹목적으로 투자 검토 전 인터넷을 한 두시간 뒤져보는 데 내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부러우신가? 그럼 지는 거다. Desktop 실사는 진짜 누구나 할 수 있는 제1의 투자 기법이다. 진짜 별 것 아니지만 독자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필자의 검색 리스트를 공유해 보겠다.

구글, 네이버, 유튜브: 말도 안되게 많은 정보가 있다! (여기서 끝내도 됨)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 얄밉지만 애플의 앱스토어의 리뷰가 좀 더 정확하다. 앱스토어의 앱 퀄러티 기준이 더 높기 때문에 플레이 스토어에만 있고 앱스토어에는 없는 앱/사업이면 B급이다.
쿠팡, 아마존: 리뷰의 바다.
티맵, 구글맵, 네이버맵: 티맵인기로 추천 받고 있다면, 그 B2C 컨셉은 찐이다.
사람인, 링크드인: 의외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회사 경영진의 수준을 말해준다.
트립어드바이저: 해외 B2C 브랜드 관련 리뷰와 인사이트가 생각보다 많다!
트위치: 게임 투자를 한다면, 말이 필요없다.

이외에 B2B는 각 섹터에 특화된 플렛폼이나 리뷰 사이트가 있는데, 그건 각각 찾아야 한다. 그것도 귀찮다면? 그냥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에 (속는셈 치고) 믿고 맡기는 수밖에! (디엠 주셔라~)

3. 매크로에 기반한 중기투자는 100전 100승

마지막으로,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섹터 찍는 전략을 나누고 이 길어져버린 글을 끝내야겠다(배고프다).

내가 종종 이야기하는 내 투자 전략인데, 파도를 이기는 선장은 없고, 매크로를 이기는 사업은 없다. 즉, 거대 흐름을 읽고 거기에 대충 3등 안에만 들어갈 수 있으면 '중박'은 하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 거대 흐름이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어서, 필자를 포함, 많은 비상장사 투자자들이 때때로 참교육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모두가 동의해야만 하는 거대 흐름을 딱 4개만 나누고 투자 아이디어를 자극해보겠다.

<한국이 맞이하고 있는, 모두가 동의하는 거대 흐름>
* 점진적인 소득 성장 (중산층 확대)
* 인구 감소
* 노령화
* 친환경/저탄소


인구 감소와 노령화를 나눈 건, 그만큼 이게 필자에게는 이 하나처럼 보이는 두 개의 이슈가 걱정스럽고 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각각 나누어서 격파해보자. 참, 미리 이야기해두겠는데, 아래의 테마, 그리고 그에 따른 수혜/피해 산업은 필자의 극단적으로 주관적인 견해이다. 마음의 상처받지 마시길. 뭐, 나도 만물 박사가 아니지 않은가!! 좀 봐주시라! 그리고 서로 삐치기 없기!!

1) 점진적 소득 성장

얼마 전 필자가 팔자에 없던 인터넷 방송 출연을 하면서 밝힌 바 있는데, 점진적 소득 성장은 전세계 웬만한 곳에서는 모두 벌어지고 있는(벌어져야만 하는) 거대 흐름이다. 이런 중산층의 성장은 물론 그 인구 구조에 따라 소비의 취향은 다를 수 있어도 큰 흐름은 같이 한다. 이에 따라 필자가 운용 중인 펀드에서도 소득 성장에 따른 sub-sector 투자를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대략의 예를 들면,

소비 증가: 외식 증가, (해외) 여행 증가, 여가/엔터테인먼트 수요 다양화, 온라인 쇼핑 (필수 소비재가 아닌 여흥으로서의, 심심풀이로서의 쇼핑) 증가
환경 개선: 주거 환경 개선, 교육 인프라 개선, 환경에 대한 관심 확대, NIMBY 현상 확대
Trading up: 럭셔리 소비 확대, 로컬/서브컬쳐 브랜드 확대, 단백질 소비 확대(주로 소고기)

이에 맞게 우리 회사도 한국 인도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UAE에서 외식기업들을, 싱가포르 한국 아프리카에서 고급 식자재 유통 사업을, 한국 중국에서 환경사업을, 베트남 중국에서 영어 교육사업을, 인도 일본에서 여행사업을 투자해오고 있다. 뭐 다들 괜찮다.

2) 인구 감소

인구 감소의 제일 큰 산업 상의 영향은, (값싼) 노동력 혹은 노동인구의 감소다. 그래서 인구 감소의 제1 대안으로 필자는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꼽고 있다.

육체 노동 대체: 생산 자동화, 물류 자동화, 서비스 자동화, 생산지 해외 이전/외주화
지적 노동 대체: 데이터 분석/알고리즘 기반 의사 결정, 단순 서비스 외주화/자동화
관계 대체: 대면 영업 채널의 온라인/비대면 화

인구가 감소되면서 소비층이 얇아지거나, 너무 취향의 변화가 뚜렷한데 특정 연령/세대에만 집중되어 있는 산업은 좀 피해본다. 예를 들면, MZ세대들이 골프에 우르르 들어왔다가 요즘 또 테니스가 핫해지고 있다는데, 엉겹결에 테니스 쪽에 손댔다가는 힘들 것으로 나는 보고 있다.

지방 중심의 리조트, 부동산 개발 혹은 유통 사업도 인구 소멸로 가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언뜻 손대기 힘든 섹터다. 서빙 로봇 같은 건 개인적으로는 참 계륵인데, 사용처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겠지만, 이런 단순 협업 로봇은 이미 생산 단가가 한국이랑 맞지 않다(오토바이, 프린터기, 저가형 가전제품 등이 다 그렇다. 심지어 아이폰도!). 그래서 이런 건 결국 수입 후 최적화 및 서비스가 더 테마에 맞다고 본다(필자도 고민 끝에 이런 협업 로봇을 "외주 운영해주는" ERP/SI 회사에 투자했다).

3) 노령화

노령화가 보통 건강 기능식품이나 홍삼 매출 증가 뭐 이런 걸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 홍삼은 선물용으로 대부분 나가고, 건기식은 몇몇을 제외하면 유행상품(B2C 리테일의 큰 특징)에 가깝다. 오히려 여가 활동 증가로 운동과 관련된 건강 기능식품의 소비 확대는 소득 증대를 이루는 시점(1인당 GDP 약 3000불에서 5000불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코로나 종식(맞지?) 기념으로 다녀온 지난주 베트남 출장은 정말 신선한 자극의 연속이었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이제 베트남 젊은이들도 몸을 만들고, 헬스클럽을 다니고, PT를 받기 시작했다! 물이 정말 좋아졌다 여러분!!!

그럼 노령화의 가장 큰 흐름은 뭘까? 투자의 관점으로 보면 오히려 '소비 주체의 변화'에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아, 이렇게 이야기하니 나도 팍삭 늙은 느낌이다) 미디어 소비를 모바일(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아프리카 TV 등)로 하는 동안,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분들의 연령대는 쑥 올라갔다. 무려 1980년도부터 22년간 1088회나 방송한, 20년 전에 종영된 전원일기의 출연진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다시 나와 인기를 끌고 있고, 그 앞뒤로 방영되는 홈쇼핑의 판매 아이템들도 이런 새로운 실버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바뀌어가고 있다. 정말 10년 전과 비교하면 소비의 중심이 정말 많이 옮겨갔다.

건강 수명 연장(욕구): 의료, 치료 서비스 및 제약 바이오 (critical disease 위주 ? 돈은 많이 모았는데 시한부 인생이라고 하면 억만금이라도 쓰지 않겠는가!)
여가 확대: (단거리) 해외 여행, 미디어, 성인 교육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아프신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요양 관련 투자를 참 하고 싶다. 이 섹터는 진짜 거의 5년째 파고 있는데, 아직 외국인 노동자를 대체할 만한 획기적인 기술이나 사업모델이 나오지 않고 있고, 정작 요양 시설 자체는 기업화하기 좀 민감한 문제들이 많다. 이건 내가 은퇴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책을 찾고 (그래서 떼돈도 벌고 사회에 기여도 좀 하고야) 말겠다!

4) 친환경/저탄소

이건 아직 저평가되어있는 섹터인데, 정말 앞으로 큰일이 난다. 특히 ESG라는 탈을 쓰고 친환경 테마가 수출 혹은 해외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부터 영향을 줄텐데, 이 이면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담겨있다. 즉,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력의 힘겨루기, 제2의 냉전이 다양화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는데, 이때 구 서구세력의 신 동구세력을 견제하는 가장 폼나는 방법이 ESG다. 예를 들면 저탄소 배출이 검증되지 않은 공급망을 통한 제품의 수출을 막는다든지, 대체 에너지나 재활용 소재의 의무사용 기준을 높이고 그에 충족하지 않은 제품은 아예 생산을 금지한다든지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렇게 신흥 시장, 혹은 신 동구세력을 갈굴 때 우리같은 낀 자들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가가 양 세력 사이에서 지난 50년간 이뤘던 번영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섹터의 투자를 반드시 담고 있고, 기존에 투자한 회사들도 모두 유럽 수준의 ESG 기준을 맞추(려하고) 있다. 10년 뒤를 봐야 한다!

시장이 불안할 때 진짜 기회가 찾아온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이런 때야말로 찐 실력자가 나타날 때가 되는 것이다. 공부하자. 그리고 준비하자. 막상 이 글이 나오고 1년 뒤에 모든 삶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후회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속는 셈치고, 사모펀드처럼 해보셔라. 그럼, 빨빨거리고 싸돌아다니느라,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느라, 몸과 마음과 입과 내 손가락이 건강해진다. 내 계좌가 덩달아 건강해지는 것은 덤이다. 그것도 귀찮다면? 그럼 당장 휴가라도 가셔라. 가서 새로운 기운을 받아라. 노령화, 인구감소를 극복하는 제일 빠른 방법은 성장하는 곳으로 쑝 가는 거다. 어디로 가야하냐고? 음, 우리가 투자한 여행 회사가 어디어디에 있더라???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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